[한국미래일보=주다인 대학생 기자]
서울의 한 서점
올해 10월달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한국 문학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는 글로 나를 표현하려는 청년들의 텍스트 힙 현상과 맞물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독서 열풍으로 번졌다. 이는 단순히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적 취향과 지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려는 MZ 세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독서 유행과 함께 ‘지적 허영’이라는 키워드가 언급되고 있다.
어학사전에서 ‘지적’은 ‘지식이나 지성에 관한’, ‘허영’은 ‘자기 분수에 넘치고 실속이 없이 겉모습뿐인 영화(榮華). 또는 필요 이상의 겉치레’라고 정의된다. 즉 ‘지적 허영’은 자신을 지성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지적 콘텐츠를 소비하고 이를 노출하려는 경향을 의미하는 것이다. SNS에서는 한강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고전 작품을 읽은 후의 인증글이 자주 등장하며, 철학적 깊이를 담은 책들이 ‘지적 미학’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진행된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최소 15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고, 특히 20-30대의 젊은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행사에 익숙하고 SNS에 인증할 수 있는 형태의 책 축제가 그들의 눈길을 끈 것으로 보인다. 독서 열풍은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을 따라하는 행태와도 연관된다. 걸그룹 뉴진스의 '버블검'의 뮤직비디오에서 멤버 민지가 이디스 워튼의 고전작품인 '순수의 시대'를 읽는 모습이 공개된 후 책 판매량이 8배 가량 증가했다.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이 요절한 천재 예술가들을 다룬 책 ‘요절’을 읽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된 이후, 팬들의 구매문의가 빗발쳤고 절판되었던 해당 도서는 10년만에 부활하게 되었다.
이러한 독서 유행을 ‘보여주기 식’ 독서라며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는 단지 SNS에 자랑하기 위해 책을 이용하는 독서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젊은 세대의 ‘지적 허영’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르는 추세이다.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출판업계는 독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 자체가 출판업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SNS에 과시하기 위한 책 구매일지라도 독서를 장려하는 문화를 통해 독서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현 상황이 고무적이라는 반응이 퍼지고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촉발한 이번 독서 열풍은 분명 새로운 문화를 열어가고 있다. 젊은 세대의 독서 행위는 단지 책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예술적 감각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으로 변모했다. 한강 작가의 문학이 전하는 메시지처럼,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감각은 젊은 세대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적 허영’이라는 트렌드에서 촉발되어, 현재의 독서 열풍이 지적 교양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