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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안으로서의 이민자 수용, 한국 사회는 준비돼 있나 제천시 사례와 시민 인식 조사로 본 ‘이민 수용의 조건’. 이승민 대학생 기자 2025-05-27 17:00:01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이민자 수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제도보다 먼저 논의돼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사회는 외국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본 기사는 시민 인식 조사 결과와 제천시 고려인 정착 사례를 통해, 이민 수용의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한국미래일보=이승민 대학생 기자]


길을 걷다 마주친 외국인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린 적, 아마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제 흔한 일’이라지만, 우리의 시선은 아직 적응 중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 '낯섦'이 일상이 될 수도 있다. 최근 한국 내 체류 외국인 수가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서며, ‘다문화 사회’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 중 하나이며, 합계출산율은 OECD 최하위권이다. 지방 곳곳에서는 ‘소멸 위기’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국 합계출산율 추이(2013~2024) [출처 : 통계청 인구동향조사]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1.48명이던 합계출산율은 2010년 1.23명, 2024년에는 0.75명까지 떨어졌다. 또한 2024년 12월,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기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생산가능 인구가 급감하고, 지역 소멸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일부 지자체는 ‘이민자 수용’을 인구 문제의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보다 먼저 논의돼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외국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우리 사회에 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다. 이를 확인하고자, 시민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외국인 이민자 수용에 대한 시민 인식 [출처 : 기자 직접 수행 설문조사, 2025년 5월 (총 응답자 278명, 네이버폼 기반) ]

총 278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저출산 대응정책으로 외국인 이민자 수용에 대해 67%가 찬성(매우 + 어느 정도) 입장을 보였다. ‘매우 반대’와 ‘다소 반대’를 합친 23%를 크게 앞질렀다. 다만 응답자 다수는 무조건적인 수용보다는 언어 능력, 직업, 문화 적응 여부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 한해 수용이 가능하다고 봤다(61%). 수용 조건으로는 한국어 사용 가능(31%), 한국계 출신(24%), 가족 단위 이민자(21%), 직업 보유(20%) 등이 우선시되었으며,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은 단 3%에 그쳤다.


외국인 이민자 수용에 대한 주요 우려 사항 [출처 : 기자 직접 수행 설문조사, 2025년 5월 (총 응답자 278명, 네이버폼 기반)]반면, 이민자 수용과 관련한 주요 우려로는 문화적 차이(34%), 치안 문제(27%), 세금 및 복지 부담(21%)이 꼽혔다. 구체적인 거부감 이유로는 기존 사회 규범과의 충돌 우려(29%), 범죄 가능성에 대한 불안(26%), 종교적 차이(17%)가 뒤를 이었다. 외국인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한 집단이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5%가 '한국계(예: 고려인 등)'를 꼽았다. 이어 동남아시아계(12%), 중앙아시아계(10%), 재중 교포(조선족, 9%), 북미계(미국, 캐나다 등)(8%), ‘잘 모르겠다’(8%), 유럽계(6%), 중국계(3%), 아프리카계(3%), 중남미계(2%), 남아시아계(1%), 그리고 무슬림권(1%) 순이었다. 특히 이슬람에 대한 문화·종교적 충돌 우려는 전체 응답자의 33%로, 종교 항목 중 가장 높았다.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민에 대한 시민 인식  [출처 : 기자 직접 수행 설문조사, 2025년 5월 (총 응답자 278명, 네이버폼 기반)]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민에 대한 시민 인식 조사 중 주목할 점은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다.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동남아 출신 외국인은 약 46만 명, 전체 인구의 약 0.89%에 이른다. 여기에 미등록외국인까지 포함하면 실제 숫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등에서 온 이들은 제조업·건설업 등 산업 현장은 물론, 거리에서도 가장 자주 마주치는 외국인 노동자 집단이다. 또한 한국인들이 가장 자주 찾는 해외여행지도 동남아인 만큼, 상대적으로 거리감이 덜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는 이 같은 예상을 완전히 뒷받침하지 않았다. 동남아 출신 이민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35%였지만, '다문화 사회는 불편하다'는 응답도 33%에 달해 익숙함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이중적 인식이 드러났다. 또한 이들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76%가 '조건 충족 시 수용 가능'하다고 보았고, 그 조건으로는 세금 납부(18%), 문화 적응력(18%), 결혼 여부(14%) 등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동남아 출신 이주민 수용 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조건 [출처 : 기자 직접 수행 설문조사, 2025년 5월 (총 응답자 278명, 네이버폼 기반)]

한편, '한국 사회에 기여했거나 의로운 행동을 한 경우'(예: 시민 구조, 범죄 제보 등)는 단 9%에 그쳐, 실제 발생 빈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예컨대, 최근 경북 산불 현장에서 시민을 구출한 인도네시아 선원 3명이 ‘특별기여자’ 자격으로 영주권에 준하는 비자로 체류 허가를 받은 사례는 큰 화제를 모았다. 설문에서는 아직 이런 '공적 기여'가 제도적 수용 조건으로 널리 인식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결과는 20대가 이민자 수용에 대해 가장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20대 응답자 다수가 부정적 인식의 이유로 ‘세금 등 공공 자원의 사용’을 꼽았다는 점이다. 반면, 외국인 이민자 수용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일자리 경쟁’을 선택한 응답은 7%로 가장 낮았다. 이는 취업 불안을 겪는 20대가 이민자를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인식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이들의 반감에는 ‘자산의 부족’과 ‘자기조차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감정’이 깔려 있다. 이는 곧 ‘불안정한 세대의 감정’이 이민자 수용에 대한 인식에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클린턴 행정부 시기 경제 호황을 경험한 미국 사회는 이민 증가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이민자에 대한 수용 태도는 사회 구성원이 체감하는 경제적 안정성과 여유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2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이민자 수용에 가장 부정적인 응답 비율을 보였다. 이들은 일자리나 치안 같은 구체적인 문제보다는, “내 몫이 줄어들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과 “세금이 타인에게 쓰인다”는 감정에서 반감을 나타냈다. 이는 곧 한국 사회가 청년 세대에게 충분한 심리적 여유와 사회적 신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일 수 있다.


제천시 고려인 이주 정착 정책에 대한 인지도 및 평가 [출처 : 기자 직접 수행 설문조사, 2025년 5월 (총 응답자 278명, 네이버폼 기반)]

충청북도 제천시는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고려인을 대상으로 한 이주 정착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82%는 해당 정책에 대해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응답해, 정책의 인지도가 여전히 낮은 수준임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자체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인 편이다. 응답자의 68%가 제천시의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19%는 “매우 긍정적이다”,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이유로는 “한국어 사용 등 문화적으로 유사해 정착이 쉬울 것 같다”(28%), “한국계라 인종적으로 거부감이 없다”(23%), “지역 인구 감소 해소에 도움이 될 것 같다”(19%) 등이 꼽혔다. 즉, 고려인은 문화적·언어적 동질성이 크고, 지역사회 통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점에서 수용성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은 “외국인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내국인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28%), “이민자에게 세금이 쓰이는 것이 부담스럽다”(21%), “종교나 문화가 달라 사회 갈등이 생길 수 있다”(17%)**는 이유를 제시했다. 또한 일부는 “한국계라고 해도 결국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거부감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제천시 고려인 정책 사례는, 문화적 동질성이 있는 집단에 대한 수용성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점과 정책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라도, 정책의 방향성과 대상에 따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천시 고려인 이주 정책 관련 주요 언론 보도자료 [출처 : 제천시 미래정책과 미래전략팀 제공]

제천시청 미래정책과 미래전략팀에 따르면 제천시는 저출산과 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부터 고려인을 대상으로 한 이주 정착 지원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3월 「제천시 고려인 등 재외동포 주민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4월에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5월부터 8월까지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정책 실행의 거점인 ‘제천시 재외동포지원센터’가 개소되어 고려인 이주민의 정착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 정책은 현직 시장이 대사관 재임 시절 중앙아시아에서 고려인을 직접 접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상되었으며 같은 민족으로서의 문화·언어적 동질성, 그리고 역사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도 담고 있다. 실제로 289세대 737명이 해당 사업에 참여 중이며, 이 중 106세대 261명이 이주를 완료했다. 학생 대상 한국어 맞춤형 교육과 방과 후 돌봄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어 정착 가족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수준이다.


정책 추진 초기, 제천시는 2023년 6월 사업설명회를 열어 시민들의 의견을 먼저 수렴했다. 이 과정에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문제점을 미리 진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진행된 실태조사 연구용역에서는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결책과 대안이 구체적으로 반영되었다. 또한 정책 시행 이후에도 시민들과의 화합행사를 연중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선제적 조율과 꾸준한 지역사회 소통 덕분에 제천시는 별다른 반발 없이 정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고려인 이주민들은 맞춤형 취업을 통해 지역 기업에 기여하고 있으며, 러시아어 기반 일자리 창출, 중앙아시아 음식점 창업 등을 통해 지역 경제와 소비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내고 있다.


벽은 낮지만, 마음은 높다 [출처 : 챗 GPT 생성 이미지]

이번 설문조사에서 67%의 응답자가 이민자 수용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는 점은 이민이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사회 전반에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단순히 인구 수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이민 수용은 제도나 인프라 이전에 시민들의 인식과 감정 위에 설계되어야 한다. 설문에 참여한 다수는 이민자 수용에 앞서 ‘육아환경 개선’, ‘청년 고용 안정’, ‘주거 안정’이 먼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국민 스스로가 이 사회에 만족하고, 미래를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충분한 심리적 여유와 사회적 신뢰가 없다면 이민 정책은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제천시의 사례는 문화적 동질성을 고려한 대상 선정과 시민들과의 사전 소통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정책이 실제 정착과 수용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이처럼 설문조사 결과는 이민 정책을 설계하는 정부와 지자체가 반드시 참고해야 할 생생한 목소리다. 단순히 ‘필요하니까 받아들이자’는 접근보다는 왜 수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정책은 수치로 시작할 수 있지만 사회는 설득으로만 움직인다.


※ 본 기사는 2025년 5월 기자가 직접 수행한 시민 설문조사(총 278명 응답)와 제천시청 미래정책과 미래전략팀의 서면 인터뷰 답변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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