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김혜원 대학생 기자]
「영천 청제비」는 신라 법흥왕 23년(536년) 청못 축조 사실을 새긴 앞면과, 원성왕 14년(798년) 수리 내용을 기록한 뒷면으로 구성된 비석이며, 바로 옆에는 조선 숙종 14년(1688년)에 이를 다시 세운 사실을 담은 ‘중립비’가 있다. 하나의 비석에 서로 다른 시대의 기록이 새겨진 드문 사례로, 신라 왕실의 제방 관리체계와 당시의 자연재해 대응 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특히 이 청못은 현재까지도 원형이 유지되며 활용되고 있어, 수세기 전의 물 관리 기술이 오늘날까지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보기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사진 제공 : 국가유산청, 영천 청제비 전경
이는 단순한 고고학적 의미를 넘어, 오늘날의 자연재난 대비와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6월 26일, 행정안전부는 장마 전선 북상에 대비해 17개 시도 및 관계부처, 공기업이 참여한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전국적으로 누적 강수량이 많았던 상황을 점검하며, 빗물받이 정비, 배수시설 점검, 옹벽 응급조치 등의 대응책이 논의됐다. 제방 공사 과정을 세세히 새기고 이를 후대까지 남긴 ‘영천 청제비’는, 오늘날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 관리 노력과도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유산은 물리적 흔적을 넘어, 공동체가 자연을 이해하고 조율해 온 방식이 고스란히 담긴 문화적 기록물이다. 장마철 수해 예방을 위한 현대의 기술과 정책 역시,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경험과 지혜 위에서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있다. 이번 국보 지정은 단지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재난 대응의 단서를 역사 속에서 되짚어볼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를 바라보는 눈이 현재를 지탱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오늘, 이 오래된 돌비는 다시금 시대의 빛을 반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