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공정’은 누구에게만 적용되는가…조국·윤미향 사면 때만 분노한 언론의 침묵 이재원 기자 2025-08-20 00:00:01

[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이재명 정부가 광복절 특사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전 의원, 최강욱 전 의원 등을 사면하자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공정’ 프레임을 다시 꺼내 들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대다수 언론은 ‘사면 후폭풍’이라는 식의 분석을 덧붙이며 그 책임을 조국·윤미향 사면에 덧씌웠다. 하지만 같은 언론들은 정작 더욱 중대한 부패 혐의로 처벌받은 인사들이 사면됐을 때는 아무런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았다. 언론이 내세우는 ‘공정’은 누구를 향한 것이며, 침묵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올해 광복절 특사 명단에는 국민의힘 소속 정찬민 의원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용인시장 재직 시절 불법 인허가 알선 및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중죄인이다. 이 외에도 교비 횡령·뇌물 혐의로 처벌된 홍문종 전 의원, 지방의원 공천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하영제 전 의원도 사면됐다. 이들 모두가 사면 명단에 포함되었지만, 언론은 이 사실에 대해 거의 다루지 않거나 형식적인 보도로 넘겼다.


더욱 충격적인 비교는 윤석열 정부 시절 이루어진 특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물론,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유용하거나 군 정보조직을 동원한 여론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들까지 대거 사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고도 불과 2년여 만에 사면·복권되었고, 미납 벌금 82억 원도 면제됐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고령 및 건강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전례 없는 자기편 구제”로 받아들였다.


칼럼과 관련 없는 이미지

특히 충격을 줬던 것은 김태효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의 사면이다. 그는 이명박 청와대 재직 당시 비밀문건 유출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유죄가 확정된 인물이지만, 불과 두 달 만에 사면됐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를 직접 사면한 사례는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하다. 그 외에도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국정원 자금 유용 등 정치공작의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사면되었지만, 언론은 이에 대해 거의 비판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언론은 조국, 윤미향의 사면에는 ‘공정’의 칼을 빼들고, 정찬민, 홍문종, 하영제, 나아가 이명박, 김기춘, 김태효 등 보수 정권 인사들의 사면에는 침묵하는가? 정찬민 의원의 제3자 뇌물수수는 조국 전 장관의 입시비리 혐의보다 훨씬 중대한 범죄다. 언론이 진정 ‘공정’을 말하고 싶었다면, 더 무거운 죄에 더 큰 분노를 표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한겨레의 이우연 기자는 최근 칼럼에서 조국 사면에 대해 “기성세대의 염치 없음”이라며, 자신이 청년이기에 더욱 분노했다고 썼다. 그는 대학 입시에 대한 ‘공정’의 감각에서 비롯된 분노를 고백했지만, 같은 청년으로서, 정찬민과 같은 중대 부패범의 사면에는 왜 분노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한국의 청년층은 거악에는 무력감을 느끼고, 사소한 악에는 과민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어쩌면 언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거대한 권력형 범죄에는 침묵하거나 변명으로 감싸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에겐 ‘공정’의 잣대를 집중적으로 들이댄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 분석에서도 드러난다. 조국 사면에 대한 찬반 여론은 조사 기관과 방식에 따라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다. 여름휴가철이란 계절적 변수와 보수층 결집 요인, 국민의힘 전당대회 등 정치적 변수가 얽힌 시점임에도, 언론은 ‘조국 사면 때문에 지지율 하락’이라는 프레임만 반복적으로 보도했다. 반면, 앞서의 대규모 보수 인사 사면이 있었던 당시에는 그런 분석조차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공정이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조국·윤미향은 ‘유명한’ 야권 인사이기에, 혹은 일부 청년층의 심기를 건드리는 이슈이기에 ‘사소한 악’의 상징처럼 그려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대로 정찬민, 이명박, 김태효 등은 구조적 부패의 상징이지만, 언론은 이들이 ‘거악’이라는 점에는 눈을 감는다.


언론은 ‘워치독’ 즉, 권력을 감시하는 개로 불린다. 그러나 지금의 언론은 ‘선택적 감시’라는 이름으로, 감시할 대상을 고르고 있다. 이는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지형에 따라 감시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그러한 언론은 공정의 감시자가 아니라, 특정 정파의 정치적 무기일 뿐이다.


진정한 공정은 조국과 윤미향에게만 향해선 안 된다. 진짜 부패, 진짜 거악, 나라의 기반을 좀먹는 권력형 범죄에 먼저 향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사면을 둘러싼 언론의 보도 태도는 거꾸로 가고 있다. 그리고 그 거꾸로 된 방향이 대중을 속이고 있다.

오피니언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