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서울의 세브란스병원이 전국 최초로 시행한 ‘주4일 근무제’ 실험이 사회적 화제가 되고 있다. 병원은 간호사들의 근무일을 기존 주5일에서 주4일로 줄이는 대신 급여를 10% 삭감하는 조건으로 6개월 간 시범 운영을 했다. 대상 병동의 간호사들은 3일의 휴식을 활용해 자기계발과 가족 돌봄에 투자할 수 있었고, 피로와 스트레스가 크게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병원 자료에 따르면 실험 기간 동안 간호사 이직률은 19.5%에서 7%로 떨어졌고, 병가 사용도 크게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존 근무 체제를 유지한 병동에서는 병가 사용이 증가했다는 점이 실험의 성과를 입증했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노동시간이 가장 긴 축에 속한다. 2024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1,865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높았으며,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저출산과 과로문제를 해결하고자 ‘주69시간’ 제도 등을 추진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세브란스병원의 실험은 장시간 노동문화에 대한 반성과 대안을 제시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 실험은 간호사 개개인의 삶뿐 아니라 병원 운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정규 근무일이 줄어듦에 따라 간호사들이 휴식을 취해 재충전을 할 수 있었고, 근무일에는 집중력과 환자 만족도가 높아졌다. 병동 관리자는 “업무 효율성과 팀워크가 개선됐으며 병상 회전율도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 의사와 행정직은 인력 부족으로 인해 업무 부담이 증가했다고 느꼈지만, 6개월간 전반적인 서비스 품질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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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제의 경제적 측면도 논란이 됐다. 급여를 삭감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에 대해 간호사 노동조합은 “연봉 삭감 없는 근무 단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병원은 고용 유지와 인력 충원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시범 방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일부 병원 직원들은 육아와 학업 등 개인 사정으로 근무일 축소를 환영하는 반면, 학자금 대출이나 대출 상환 부담이 큰 직원들은 급여 감소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회 전반에서도 주4일 근무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IT·게임기업, 지자체 일부, 중소벤처기업들도 주4일제를 도입하거나 검토 중이며, 일부 글로벌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직원 행복 증진을 이유로 시범 운영 후 정규 제도로 채택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간과 생산성은 선형 관계가 아니다”라며, 적절한 휴식이 창의성과 몰입도를 높여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주4일제는 서비스업과 제조업처럼 24시간 운영이 필요한 산업에서는 인력 충원과 교대근무 체계 개편 없이 실행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정책적으로는 사회안전망과 근로조건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소득 감소를 보전하기 위한 임금체계 개편, 연차·육아휴직 제도 개선, 시간제 근무 활성화, 교육 지원 확대 등이 요구된다. 또한 장시간 노동을 당연시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기업 문화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유연근무제와 비정규직 확대가 오히려 노동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의 권익과 건강을 중심에 둔 정책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실험은 저출산·과로 문화 속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재설계하려는 출발점이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돌봄과 자기계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노동자의 행복뿐 아니라 인구 감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시민들은 주4일제가 공공 서비스의 질을 해치지 않고 확산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장기적 생산성과 인력 유지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책 당국과 기업이 협력해 노동시간 단축의 혜택이 특정 직종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제도 설계와 지원을 갖춰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