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문가빈 대학생 기자]
비트코인 열풍이 절정에 달했던 2021년, 블록체인은 투기의 수단으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중앙집중식 데이터 보관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앙기관 없이도 신뢰할 수 있는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의 본질적 가치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 전자통신연구원
개인정보 유출 걱정 끝, 디지털 신원의 혁신
올해 8월 롯데카드 해킹 사건에 이어 GS샵에서 약 158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정황이 확인되는 등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최근 공공기관에선 업무 과실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 민간에선 해킹으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절실하다.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신원증명 시스템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개인정보를 중앙 서버에 저장하는 대신 암호화해 개인 기기에 보관하고, 필요시에만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신원을 검증받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를 시작했고,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블록체인 기반 전자증명서 발급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들은 더 이상 신분증 분실이나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지 않고도 각종 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가짜를 걸러내는 투명한 공급망
올해 초 발생한 '가짜 한우' 파동은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믿고 구매한 국산 소고기가 실제로는 수입산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축산농가에서 소비자 식탁까지 모든 유통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위변조가 불가능한 투명한 이력 관리가 가능해진다.
롯데마트는 지난해부터 일부 농산물에 대해 블록체인 이력추적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소비자는 상품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기만 하면 생산지, 재배 방법, 유통 경로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명품업계에서도 위조품 방지를 위한 블록체인 활용이 늘고 있다. 루이비통, 구찌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제품 생산 단계부터 블록체인에 정품 인증 정보를 기록해 소비자가 진품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창작·에너지까지, 확산되는 활용 영역
블록체인의 활용 범위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환자의 진료 기록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병원 간 정보 공유를 원활하게 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들이 관련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창작물 분야에서는 저작권 보호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NFT(대체불가토큰) 열풍은 식었지만, 창작물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 기술적 기반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하다.
에너지 산업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개인이 태양광 패널로 생산한 전력을 이웃에게 직접 판매하거나,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를 전력망과 거래하는 등 탈중앙화된 에너지 시장이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다.
신뢰 기반 사회로의 전환점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사회 시스템 자체를 바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앙기관의 중개 역할이 줄어들면서 개인 간 직접 거래가 활성화되고, 데이터 소유권이 개인에게 돌아가는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와 제도적 정비도 과제로 남아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에너지 소모 문제, 처리 속도 개선, 관련 법규 정비 등이 해결돼야 할 숙제들이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기술의 사회적 파급력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투기 수단이라는 편견을 벗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