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서 국회가 다시 정쟁의 늪에 빠졌다. 필리버스터는 국회 소수파가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며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는 제도로, 본래는 다수당의 일방적인 입법을 막기 위한 민주적 장치다. 하지만 이번 국민의힘의 행보는 본래 취지와 달리 민생 법안까지 가로막는 ‘정치적 무기화’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비롯한 쟁점 법안 4건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곧바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야당은 쟁점과 무관한 비쟁점 법안 69건까지 포함해 사실상 국회를 멈춰 세웠다. 박수민 의원은 무려 15시간 50분 동안 토론을 이어가며 국회 최장 기록을 경신했고, 본회의장은 마라톤식 토론으로 새벽까지 공전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을 볼모로 한 정치 테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은 산불 피해 지원, 복지 증진과 같은 긴급 법안마저 지연되고 있다며 국민의힘을 ‘발목잡기 야당’으로 규정했다.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폭주를 막는 장치이지, 민생 법안까지 가로막는 방패가 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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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자신들의 행동이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청 개편과 같은 쟁점 법안에 대한 명분은 일부 인정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이미 합의된 비쟁점 법안까지 무더기로 포함시킨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사실상 정치적 시간 끌기, 여론전을 위한 장치로 필리버스터가 남용된다는 비판이 우세하다.
국회 마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교통·재난 지원 법안부터 취약계층 복지 예산까지, 시급히 통과돼야 할 법안들이 줄줄이 멈춰 서면서 현장의 불편과 혼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도 필리버스터는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종료할 수 있고, 본회의 규칙상 자동 종료 장치가 마련돼 있어 결국 ‘무제한 토론’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를 내세운 이유는 진정한 토론보다는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적 계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필리버스터는 의회민주주의의 중요한 장치다. 그러나 남용될 경우 국회는 입법 기능을 잃고, 정치는 극한 대립만 반복하는 소모적 진영 싸움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고 싶다면, 쟁점 법안은 협상으로 풀고 민생 법안은 신속히 처리하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필리버스터는 민주주의의 수호가 아니라 국민을 외면한 정치 쇼로만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