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대법원이 최근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500여 명에게 약 760억 원대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수원 전세사기’ 주범에게 징역 15년형을 확정했다. 본인이 주도한 범행의 규모와 피해자 수를 고려하면, 법정 최고형인 만큼 무겁게 보이지만 이 판결 하나만으로 정의가 구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정 씨 일가가 임대법인과 가족 명의를 동원해 수원 지역의 오피스텔·빌라 약 800세대를 매입하고,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전세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시세보다 부풀린 감정평가와 유령 임대 계약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피해 규모가 커졌다.
이 판결은 사법체계가 대규모 부동산 범죄에 단호한 태도를 보인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징역 15년 선고만으로는 범죄자에게 빼앗긴 돈을 돌려받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백억 원대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서, 훼손된 삶과 재정 파탄에 대한 보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판결의 실효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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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산 환수와 추징 명령의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 대법원은 정 씨에게 추징금 약 1억 360만 원을 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액 대비 추징 명액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범죄자가 은닉하거나 처분한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차명 자산이나 해외 자산까지 동원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둘째, 피해자 보상 메커니즘 구축은 필수적이다. 수백 명의 임차인이 중앙집권적 구조 하에서 보증금 반환을 기다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정부 차원의 피해구제기금을 조성하고, 피해자들이 집단소송 또는 보상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개별 피해자들이 법정 소송을 이어가며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는 구조는 피해 회복의 속도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셋째, 형량 외 처벌 수단의 확장이 필요하다. 단순 징역형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한계가 있다. 유사한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수익 몰수, 영업 금지 명령, 민사 배상 책임 확대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범죄 수익이 막대할 경우, 일정 기간 재산 증여나 처분을 제한하는 제도도 고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감시와 제도적 투명성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인 중개사와 감정평가사 등이 범죄에 공모한 정황이 있는 만큼 이들의 직업 윤리와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 자체의 투명성을 높이는 정책(예를 들어 감정평가 기준의 엄격화, 임대사업자 등록 강화, 임차인 보호 규정 강화)이 병립되어야만 유사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법관이 판결문에 “임대차 보증금은 서민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는 문구를 담은 것은 사법부가 이 범죄의 사회적 위험성을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판결이 정의의 전부일 수는 없다. 진정한 정의는 범죄자가 박탈한 자산을 되찾고, 피해자들이 숨 쉴 공간을 회복하는 데서 시작된다. 15년 징역형 그 자체보다도, 남은 과제는 얼마나 실질적 보상과 환수 조치를 동반할 것이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