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최근 방송가에선 ‘이혼’을 전면에 내세운 관찰·상담 포맷이 하나의 장르로 굳어졌다. TV조선의 ‘우리 이혼했어요’, MBN ‘돌싱글즈’, JTBC ‘이혼숙려캠프’,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등은 상처를 ‘치유’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 제작과 편집의 무게추는 점점 더 자극과 갈등에 기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JTBC ‘이혼숙려캠프’의 폭언·성행위 집착 묘사 등에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한 사실은 이 장르가 넘나드는 경계가 어디인지, 공적 규제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부터 다시 묻게 한다.
시청자 피로감은 수치로도 감지된다. ‘돌싱글즈’는 시즌을 거듭하며 화제성은 유지했지만 인기 내림세와 논란이 겹치며 신뢰도 회복이 과제로 떠올랐다. 일반인 리얼리티 전반에서 폭행·사생활 유포 등 사건이 잇따른 뒤, 출연자 검증과 보호 장치 요구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당사자 멘탈은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우리 이혼했어요’ 출연 배우 장가현은 생계형 출연 비화를 털어놓으며 “마음의 병”을 언급했다. 높은 노출이 악플·2차 가해로 이어지고, 방송 이후에도 회복 기제가 부족하다는 고백은 제작진의 책임 범위를 넘어 플랫폼·광고 생태계 전체의 윤리 기준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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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문가성의 가장’이다. 다수 프로그램이 MC와 패널의 감정 코멘트에 의존한 채 상담·중재를 연출한다. 전문가 자문이 붙더라도, 편집 단계에서 갈등 장면이 길게 노출되고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발언이 여과 없이 전파된 사례가 방심위 논의에까지 올랐다. 이는 비전문가 진행자의 즉흥적 해석, 과장된 자막, 관찰 카메라의 ‘감정 착취’가 결합할 때 위험이 증폭된다는 방증이다.
장르의 확장은 사회 인식에 미묘한 혼선을 남긴다. ‘결혼·이혼을 가볍게 만든다’는 비평과 ‘출연자 악마화 편집을 억제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동시에 나온다. 이혼 경험자나 미성년 자녀가 2차 노출 피해를 겪는 장면은, 소위 ‘힐링 포맷’의 선의와 별개로 최소한의 안전망이 부재함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모두가 퇴행은 아니다. 일부 회차는 심리극·상담을 통해 갈등 인식을 돕는 시도를 보였지만, 같은 프로그램 안에서도 선정적 장면이 화제성을 견인하는 ‘기획의 모순’이 혼재했다. 치유를 표방하면서도 소비 논리는 자극에 기대는 지금의 구조에선, 출연자 보호·사전·사후 심리 지원·아동 비노출 원칙 같은 최소 규범이 먼저 정착돼야 한다.
결국 남는 질문은 간명하다. 시청률과 클립 조회가 ‘상처’를 먹고 자라는 동안, 그 상처의 비용을 누가 치를 것인가. 방심위의 제재는 신호탄일 뿐이다. 제작사는 출연자 실명·가족 노출 범위 축소, 비난 유도형 편집 금지, 독립 심리전문가의 전 과정 동행, 촬영 중단 권리와 사후 케어 의무화를 명문화해야 한다. 플랫폼은 ‘클립 장사’를 위한 선정적 썸네일·문구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시청자 역시 구독·광고 클릭으로 보상하는 소비 행태가 어떤 장면을 증폭시키는지 자각해야 한다. ‘치유’의 간판이 진짜 치유를 가리려면, 쇼보다 먼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