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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없다”지만 매번 출동한다...허위 테러 위협, 누가 비용을 내고 있나 이재원 기자 2025-10-24 00:00:01

[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10월 들어 광주와 아산 등 전국 학교에 ‘폭발물 설치’ 이메일·전화가 잇따랐다. 10월 13일 광주 북구·남구 관내 중·고교 4곳은 폭탄 위협 메일로 수업이 중단되고 수색이 벌어졌고, 같은 날 충남 아산의 한 고교는 “30분 뒤 폭발” 신고로 전교생이 대피했다. 결과는 모두 ‘허위’였지만 경찰·소방·학교가 동원되고 학사 일정은 흔들렸다. 이런 일은 올해 여름부터 대형 공연장과 백화점, 외교공관까지 번지며 반복되는 양상이다. 


피해는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8월 서울의 한 백화점은 폭탄 협박 문자 한 통으로 4천 명 가까운 인원을 긴급 대피시키고 영업을 중단했다. 협박은 허위로 결론났지만, 백화점 측은 약 43만1천 달러(한화 약 5억7천만 원)의 영업손실을 주장하며 가해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도 관련 사건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적극 검토·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허위’라도 실제로는 기업 매출, 인건비, 보안·경비 계약 등 현실적 비용이 줄줄이 발생한다는 증거다. 


수사당국은 ‘복붙 협박’의 전형을 지목한다. 다수 사건에서 동일한 가명(일본 변호사 이름 ‘다가히로 가라사와’)이 반복 사용됐고, 팩스·메일을 통한 대량 전송으로 학교·공공시설·행사장을 동시다발 교란하는 패턴이 확인됐다. 8월 보이그룹 콘서트가 협박 팩스 한 장으로 2시간 지연됐고, 같은 번호에서 학생 대상 ‘황산 테러’ 경고가 발신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유사 사건들을 한 묶음으로 보고 발신지·네트워크를 추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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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재정적 대응 수위도 올라간다. 전문가들은 ‘엄벌’만으로는 재발 억지가 어렵다며, 실제 비용을 끝까지 청구하는 민사 링을 병행하라고 주문한다. 현재 재판 중인 허위 협박 3건에서 피해기관이 1,250만 원, 3,250만 원, 4,370만 원 등 실손 배상을 청구했고, 일부 사건은 이미 전액 배상 판결이 선고됐다. 위협의 실제 ‘가격’을 범인에게 전가해야 모방 범죄의 유인이 줄어든다는 취지다. 


학교·지자체의 운영 리스크도 커졌다. 인천·용인 등지에서는 개학 직후 수차례 협박 팩스가 돌며 조기 귀가·전면 대피가 반복됐다. 학생·학부모 동선이 즉시 꼬이고, 시험·행사 일정은 줄줄이 연기된다. 현장에서는 “대피 지침을 안 지키면 한 뉴스가 되고, 지키면 하루가 무너진다”는 푸념이 나온다. 결국 교육청·경찰·소방의 합동 매뉴얼과 모의훈련이 ‘실전’ 수준으로 상시화되는 중이다. 


외교시설·대형 행사장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8월 15일 광복절 새벽, 주한 미국대사관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메일이 접수돼 경찰이 긴급 대응했으나 허위로 판명됐다. 이틀 새 서울 외국인종합지원센터, 광주 백화점 등도 비슷한 ‘빈 협박’에 휘말렸다. 공항·역사 등 다중이용시설로 확산할 경우, 경계 강도 상향과 검색 지연으로 국민 전체가 ‘시간 비용’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이제 과제는 ‘허위라도 반드시 비용이 든다’는 상식을 전제로, 대응의 정밀도를 높이는 일이다. 첫째, 신고 접수-현장 통제-검색-복구의 네 단계를 평시 시뮬레이션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동원 세력·차단선 범위·교통 통제 시간을 표준화해야 한다. 둘째, 플랫폼 연계 추적을 고도화해야 한다. 동일 서식·동일 가명을 활용한 다중 발송은 사이버·국제 공조가 아니면 끊기 어렵다. 셋째, 실비 전가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영업손실·대피·경비·인건비를 항목화해 가해자에게 민·형사 병행 청구하고, 미성년 가해자는 보호자·학교·지자체 연계의 사회봉사·교육·배상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붙여야 한다. 넷째, 허위 신고 가짜뉴스 차단을 위해 초기 보도·클립 썸네일의 과장·공포 마케팅을 자제하고, 사후 정정보도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허위 테러’의 본질은 공포의 외주화다. 몇 줄짜리 메일·팩스가 공권력·기업·시민의 하루를 갈아 넣어 공포를 만들어낸다. 경찰·소방의 신속 대응은 변함없이 중요하지만, 피해의 총량을 끝까지 상환받는 체계와 데이터로 돌아가는 표준 대응이 자리 잡지 않으면 모방 범죄의 유인은 계속 남는다. “아무 일도 없었으니 다행”이란 안도는 값이 싸지 않다. 그 비용을 범인이, 그리고 플랫폼이 함께 내도록 만드는 것이 다음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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