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박금실 대학생 기자]
‘비건’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자 사회적 가치의 표지처럼 소비되고 있다. 카페 메뉴판에는 식물성 크림, 노버터 케이크, 귀리 라떼 등이 전면에 등장하며, 베이커리 브랜드는 ‘플랜트 베이스드’라는 문구만으로도 친환경적이고 가벼운 이미지를 확보한다. 비건 제품을 소비하는 행동 자체가 “동물에게 이롭고, 몸에도 해롭지 않으며, 윤리적”이라는 인식과 결합되면서, 단순한 식단 선택을 넘어 자신을 ‘더 나은 소비자’로 규정하는 정체성과 연동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이러한 경향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tatista에 따르면 전 세계 식물성 대체유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200억 달러에서 2023년 27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비건 디저트 전문 카페의 증가와 SNS 기반 소비 확산을 통해 ‘식물성 = 덜 부담스러운 선택’이라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케이크에 사용되는 크림은 식물성 또는 동물성 원료에 따라 성분 구조가 다르게 구성된다.
■ 비건 크림의 이미지와 실제 가공 구조 간의 괴리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곧바로 식물성 크림을 ‘건강한 선택’으로 단정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비건 라벨이 붙는 순간 ‘가볍고 순하다’는 이미지가 더해지지만, 실제로는 높은 가공도와 포화지방 함량을 지닌 제품도 존재한다.
2024년 국제학술지 《Foods》에 실린 Maganinho 등 연구진의 논문은 “전 세계적으로 출시된 식물성 대체 식품의 약 84.3%가 초가공식품(UPF)에 해당하며, 다수 제품에서 총지방·포화지방·나트륨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즉 식물성 원료 사용을 위해 오히려 첨가물 의존도가 높아지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판되는 식물성 크림 제품의 성분표를 보면 팜유, 코코넛오일, 야자핵경화유 등 환경 논란이 제기되는 원료가 사용되거나, 동물성 크림과 유사한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유화제·안정제가 포함된 사례도 적지 않다.
■ 동물성 크림에 대한 영양학적 재평가 필요성
동물성 크림은 우유에서 지방층을 분리해 얻는 유크림 형태로,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 D 등의 영양소를 자연적으로 포함한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Vasanti Malik 연구원은 “우유, 치즈, 요구르트는 고품질 단백질을 제공하며 신체 조직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모든 아미노산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캐나다 Dairy Nutrition 전문가 패널 리뷰에 따르면 “일반적인 고지방 유제품과 심혈관 질환 사이에서는 유의미한 위해 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이는 동물성 제품을 ‘포화지방 = 유해’라는 단순 구도로 해석하기보다는 영양 구조와 섭취 맥락에 따라 평가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 ‘비건 = 건강’ 단순 공식이 가진 한계
단백질 및 영양 밀도의 측면에서는 동물성 크림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일 수 있지만, 유당불내증이 있거나 동물복지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는 식물성 크림을 선호할 수 있다. 문제는 ‘비건 = 건강’이라는 단순한 연상이 소비자의 성분 판단력을 흐릴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일부 식물성 크림은 코코넛오일을 기반으로 제조되며, 이 경우 포화지방 함량이 동물성 크림보다 높은 경우도 존재한다. 단백질 함량이 거의 0g에 가까운 제품도 적지 않다. 반면 동물성 크림은 단백질 및 영양 밀도 측면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식물성 크림 가운데 일부가 ‘저칼로리’로 홍보되지만, 원료 성분 구성에 따라 오히려 동물성 제품보다 높은 열량을 가지는 사례도 확인된다.
■ 윤리성과 건강 사이에서의 소비 기준 재설정
비건이라는 키워드는 시대적 윤리 감수성과 환경 책임을 반영하는 중요한 흐름이다. 하지만 건강성, 지속가능성, 영양성과 같은 요소가 동일한 축에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식물성 크림과 동물성 크림의 대립 구도가 아닌, 각 제품의 성분 구조 및 소비 목적에 근거한 비교가 필요하다. 동물성 크림은 영양학적으로 강점을 지닐 수 있으며, 식물성 크림은 윤리적·대체적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출발점이 ‘비건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건강 목표, 윤리적 기준, 식습관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