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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왜 여전히 꿈의 도시인가”…집 없는 세대가 본 ‘이재명 정부의 숙제’ 이재원 기자 2025-10-29 00:00:01

[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서울은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다. 부동산 대책이 쏟아지고, 금리가 오르고, 정부가 “이번엔 다르다”고 외쳐도 서울 아파트값은 꿈쩍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단단해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모두가 서울로 몰리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재명 대통령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 “수도권 집중이 계속되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이 온다.”


집값이 다시 오르자 정부는 10월 15일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정책 발표 며칠 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유튜브에서 한 발언이 불을 붙였다.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되죠.”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이 ‘지난해 갭투자로 아파트를 산 고위 공직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분노는 폭발했다.


월급의 절반을 전·월세에 쓰는 세입자들에겐, ‘언제든 사면 된다’는 말이 한없이 공허하게 들린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이미 12억 원을 넘었다. 신혼부부가 30년 대출을 받아도 닿지 않는 곳이다. 그러니 “서울은 다른 나라 이야기”라는 자조가 나온다.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이상경 차관은 결국 사퇴했다. 하지만 문제는 남았다. 정부가 내놓는 규제나 공급책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서울 집중’이다. 한국의 수도권은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고, 행정·경제·교육의 90%가 여기 있다.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설계됐지만, 여전히 장관과 국회의원, 대기업의 본사는 서울에 있다. 수도권 이외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조용한데, 서울만은 전혀 다른 행성처럼 움직인다.


이 문제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김대중, 박정희, 노무현 대통령 모두 수도권 분산과 행정수도 이전을 시도했다. 노무현 정부가 세종시를 추진했지만 헌법재판소의 “서울이 수도”라는 결정에 막혀 무산됐다. 만약 그때 세종시로 행정기관이 이전됐다면, 지금의 서울 집값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흐름을 다시 잇겠다는 뜻을 보였다. 지난 24일 대구에서 열린 행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역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의 말은 곧 ‘부동산 정책의 한계 인정’이다. 서울의 땅은 한정되어 있고, 재건축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공급을 늘리겠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역은 수도권 외곽뿐이다. 결국 서울 집중을 풀지 않으면 집값은 절대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에 집이 없는 사람들은 ‘균형발전’보다 더 절박하다. “이 정부도 결국 못 잡는 거 아냐?”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자신 있다”고 장담했다가 참패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서울에서 5% 가까이 뒤지며 패했다. 서울 민심은 집값과 함께 움직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요 억제책은 아직 많이 남았다”며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그러나 규제는 결국 ‘사는 사람’만 멈추게 하고, 가진 사람은 더 버티게 만든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서울 밖에서 살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 일자리, 의료, 문화가 함께 따라가야 한다. 지방에서도 서울만큼의 기회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이동한다.


국토를 재설계하지 않으면 부동산 정책은 끝없는 미봉책이다. 서울의 과밀을 해소하고, 비수도권을 실질적인 생활 중심지로 바꾸는 일은 단순한 부동산 대책이 아니라 국가 개조 수준의 프로젝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실수요자의 불편을 이해합니다. 그 불편이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급 확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지금 서울에 집이 없는 국민이 바라는 건 거창한 공약이 아니다. “이번엔 진짜 달라질까?” 그 의심에 답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정책의 일관성과 진심이다.


서울을 쪼개지 않는 한, 서울은 계속 ‘꿈의 도시’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은, 여전히 대부분의 국민에게 너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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