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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다시 잡혔다”…교수의 실험실에서 시작된 ‘탈모 샴푸 혁명’ 이재원 기자 2025-10-31 00:00:02

[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샴푸 한 병이 국내를 넘어 일본까지 뒤흔들고 있다. 판매처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이 샴푸의 이름은 ‘그래비티(Grabity)’. 그리고 그 뒤에는 화려한 마케팅 대신 과학으로 무장한 한 명의 과학자가 있다. 카이스트 이해신 석좌교수, 20년 넘게 폴리페놀을 연구해온 그가 실험실에서 탈모의 해답을 찾아냈다.


2023년 겨울, 한 제자의 고민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샤워만 하면 머리카락이 수구멍을 막아요.” 이해신 교수는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그에게 탈모는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었다. 수년간 홍합의 접착 물질 ‘폴리페놀’을 연구해온 그는, 이 물질이 단백질에 강하게 달라붙는 성질이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모발 역시 단백질. ‘그렇다면 폴리페놀이 머리카락을 붙잡아둘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단순한 질문이 ‘그래비티’의 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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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연구실에서 직접 샴푸 시제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탈모로 고민하던 제자에게 건넸다. 일주일 후, 제자는 “머리카락이 덜 빠진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험은 곧 임상으로 이어졌다. 카이스트 연구실 한켠에는 미용실용 샴푸대가 설치됐다. 연구원들은 하루 네 번씩 머리를 감으며 데이터를 쌓았다. 300명이 넘는 내·외국인 학생이 자발적으로 임상에 참여했고, 그 결과는 하나의 결론을 향했다. 폴리페놀은 모발을 단단히 잡아주는 새로운 해법이었다.


이해신 교수는 연구 성과를 논문으로만 남기지 않았다. 2023년, 그는 제자들과 함께 스타트업 ‘폴리페놀팩토리’를 세웠다. 실험실에서 탄생한 기술이 현실 세계의 제품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수백 번의 배합 실험 끝에 2024년 4월, ‘그래비티’가 세상에 나왔다.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 Gravity(중력)처럼 모발을 아래로 당기지 않게, Grab(붙잡다)처럼 머리카락을 꽉 쥐겠다는 뜻이다.


출시 직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네이버에서 탈모샴푸 검색 1위를 기록했고, CJ올리브영에서는 헤어케어를 넘어 전체 제품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롯데홈쇼핑에서는 단 30분 만에 10억 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은 150만 병을 넘어섰다.


그러나 그래비티의 진짜 경쟁력은 ‘스토리’가 아닌 ‘과학’이다. 샴푸 속 폴리페놀은 모공 주변 단백질과 결합해 미세한 막을 형성한다. 이 막이 모발이 약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빠지는 것을 줄인다. 단순히 두피를 씻는 샴푸가 아니라 ‘모발을 보호하는 과학 장치’에 가까운 셈이다.


현재 그래비티는 국경을 넘었다. 일본의 대표 전자상거래 플랫폼 라쿠텐에서 첫날 매출 1위를 기록했고, 뷰티 편집숍 리메이크 매장에서도 오프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K뷰티가 아니라 K사이언스 뷰티”라는 말이 회자된다.


이해신 교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제 폴리페놀의 단백질 결합력을 응용해 곱슬머리를 펴주는 신제품을 연구 중이다. 특히 곱슬머리가 많은 흑인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맞춤형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우리는 화려한 마케팅 대신, 거짓말하지 않는 과학을 믿습니다.” 이 교수의 철학은 단순하다. 실험실의 원리를 소비자의 일상으로 옮기는 것, 그것이 진짜 혁신이라는 신념이다.


과학자에서 기업가로, 실험실에서 시장으로. 그래비티의 성공은 단순한 히트 상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연구실의 성과가 상업화로 이어지는 ‘연구기술 창업의 모범사례’이자, K-뷰티가 ‘K-사이언스 뷰티’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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