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홍콩의 북부 지역 타이포(Tai Po)에 위치한 주거 단지인 Wang Fuk Court에서 2025년 11월 26일 발생한 고층 아파트 화재가 70여 년 만에 도시 최대 규모의 참사로 기록되었다. 당국은 29일 당시 사망자 128명을 공식 확인했으며, 약 200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발표했다.
불길은 수요일 오후 2시 51분쯤 32층짜리 아파트 동의 외벽 공사용 대나무 비계(비계대를 감싼 그물망)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붙이기 쉬운 스티로폼 외장재와 보호망,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불이 순식간에 인근 7개 동으로 번졌다. 화재 발생 후 43시간 만인 28일 오전 10시 18분에야 진화가 완료됐으나, 이미 대참사가 벌어진 뒤였다.
이번 참사는 홍콩에서 1948년 창고 화재 이후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사건으로, 수백 가구가 재산과 생명을 동시에 잃었으며, 수많은 이가 실종 또는 부상한 채로 남았다. 정부는 29일부터 3일간 공식 애도 기간을 선포했으며, 중앙청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에 걸린 홍콩기와 중국 국기가 조기로 게양되었다.
화재를 촉발한 외벽 공사용 비계가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당국은 초기 조사에서 “외벽을 감싸고 있던 대나무 비계와 보호용 그물망이 불에 타면서 불길이 위층으로 빠르게 확산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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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스티로폼 판넬과 같은 가연성 외장재가 사용된 점, 그리고 화재 경보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다수 주민과 소방당국의 보고가 있으며, 이는 건물 안전 규정과 관리 체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당국은 이미 이번 화재를 계기로 홍콩 내 모든 공사 중인 고층 주택 단지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을 지시했으며, 비계 구조를 대나무에서 금속 재질로 전환하는 방안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사건 직후 경찰은 스티로폼 외장재·비계 설치를 맡은 건설업체 3명의 책임자를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고, 이후 부패 감찰 기관인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 (ICAC)이 관련자 8명을 추가로 체포하며, 단순 안전사고를 넘어 “부실 공사와 불법 외장재 사용, 규정 위반” 가능성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당국은 “불법 외장재 사용, 안전 검사 미흡, 소방 설비 부실 관리 등 복합적 원인이 화재를 대형 참사로 키운 것”이라며, 관련 기업과 책임자를 엄벌하고 재건축·공사 전반에 대한 체계적 규제 강화를 약속했다.
화재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시민 사회 일각에서는 “불법 공사, 안전 규정 무시, 이윤 우선의 건설 관행”을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고층 밀집 주거지에서 “값싼 외장재 + 불완전한 안전 설비”에 의존했던 구조적 취약성이 이번 참사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피해를 본 주민들과 실종자 가족들은 자원봉사자, 시민단체와 함께 조문소를 세우고 추모 행렬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부 유명 연예인들도 기부와 애도 메시지를 통해 연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참사가 남긴 것은 “살 집이자 생명의 공간으로서 주택 안전의 최우선 원칙”이라는 당연한 사실이다. 빈번한 공사와 외벽 작업, 비계 구조물 설치가 도시 미관이나 비용 절감 논리로 정당화돼 왔지만, 이제 그 대가는 너무 컸다.
더 나아가 이번 사건은 단순 화재 참사를 넘어, 고밀도·고층 주거 구조가 보편화된 아시아 도시들에 주는 경고이다. 집값 압박과 공급 부족 속에서 “안전보다 비용”이 우선시된다면, 이번 참사는 다른 도시에서 재현될 수 있다.
홍콩 사회가 이번 비극에서 어떤 교훈을 얻고, 얼마나 신속하고 과감하게 구조적 변화를 수용하느냐가 향후 도시의 안전과 시민의 삶을 결정지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