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서울 종로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시민사회 사이에 수의계약 특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의 코바나컨텐츠 후원사로 알려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희림)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발주한 520억 원 규모 설계 용역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따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발계획 변경과 맞물려 “권력과 가까운 업체에 일감이 돌아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한겨레21 보도와 조달청 나라장터 자료에 따르면 SH는 2024년 2월 26일 희림 등 4개 업체와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건축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520억 원으로, 세운4구역의 계획설계·중간설계·실시설계 등 건축설계 전 과정을 포괄하는 내용이다. 합동설계단 가운데 희림이 40% 지분을 맡아 설계 대금으로만 200억 원 안팎을 받게 되는 구조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대형 공공사업 설계를 설계 공모 없이 수의계약으로 몰아줬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논란의 배경에는 오세훈 시장의 개발계획 변경이 있다. 서울시는 2022년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 2023년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에 이어 2025년 10월 고시를 통해 세운4구역 용적률을 기존 660%에서 최대 1094%로 높이고, 건축물 높이 상한도 71.9m에서 145m로 대폭 완화했다. 이 과정에서 종묘 일대 경관 훼손과 ‘왕릉뷰’ 논란이 이어졌고, 기존 설계안이 사실상 폐기될 정도로 계획이 전면 수정됐음에도 새 설계 공모 없이 희림과 수의계약을 체결한 점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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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과 지방계약법 시행령은 설계비 1억 원 이상 공공 건축물 설계는 공모 방식을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수의계약은 긴급 복구나 특허 물품 등 예외적 상황에 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운4구역처럼 설계비와 규모가 막대한 사업에서 기존 설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경우, 설계 공모를 다시 하는 것이 통상적 관행”이라며 “국제 공모 당선작을 폐기하고 다른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면 국내외 건축계 신뢰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7일 입장문을 통해 “희림은 2006년 국제지명현상설계를 통해 선정된 이후 동일 사업의 설계를 지속해온 기존 참여 업체”라며 “이번 520억 원 규모 계약은 새로 특정 업체에 몰아준 수의계약이 아니라, 주민대표회의 요청에 따른 사업계획 변경에 따라 체결한 정상적인 변경 계약”이라고 밝혔다. 또 “조달청 나라장터에 계약 내용이 모두 공개돼 있는 만큼 특혜 개입 가능성은 애초에 없다”며 “오세훈 시장과 시 공무원을 연루시키는 자극적 보도에는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희림과 김건희씨의 인연도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희림은 2015~2018년 김씨가 대표로 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전시 후원사로 참여해 이른바 ‘김건희 테마주’로 불려 왔고, 윤석열 정부 당시 용산 대통령실 리모델링 설계·감리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맡아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건희 관련 의혹을 수사한 특검팀이 올해 7월 희림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대통령 부부 주변 인맥과 공공 발주 사업 간 연결고리를 둘러싼 의심은 한층 짙어졌다.
이번 세운4구역 설계 수의계약 논란은 종묘 경관 훼손 문제, 대형 재개발 이익 배분, 권력 주변 기업의 공공 일감 수주 구조가 한데 얽힌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가 “절차상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설계 공모 미실시 부분이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지, 김건희씨와의 인연이 실제 계약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향후 수사·감사 여부에 따라 추가 검증이 이뤄질 걸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