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우성엽 대학생 기자]
최근 몇 년간 K-팝, K-컬처의 세계적인 성공에 힘입어 국내 스타트업에게 글로벌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특히 한국이라는 좁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스케일업(Scale-up)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시장을 고객으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은 이미 확고해졌다.
이에 따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최근 몇 년간 정부 정책과 지원 프로그램에 힘입어 두나무, 토스 등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성장 기반은 부족한 실정이다.
♦ 선진국과 비교한 압도적인 격차와 더딘 성장 속도
대한상공회의소 "글로벌 유니콘 기업 현황 및 시사점"
지난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CB insights의 글로벌 유니콘 기업 명단을 분석한 결과, 올해 10월 기준 미국이 717개로 전체의 약 56.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은 지난 4년간 유니콘 기업이 229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현재 보유 중인 유니콘 기업이 단 13개로 2021년 대비 2개 증가에 그쳤다.
대한상공회의소 "글로벌 유니콘 기업 현황 및 시사점"
게다가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 속도 역시 더딘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 설립부터 유니콘 달성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우리나라가 8.99년인 반면, 유니콘 기업을 보유한 상위 10개국의 전체 평균 소요 기간은 6.97년이었다. 특히 같은 아시아 국가인 중국은 6.27년으로 가장 빨랐고 그 뒤를 독일(6.48년), 미국(6.70년), 이스라엘(6.89년)이 뒤이었다. 주요 국가의 평균 성장 속도가 6년이라는 것을 봤을 때, 우리나라의 성장 속도는 압도적으로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 해외 자본 유치 미흡 및 투자 흐름 위축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성장에 필수적인 해외 자본 유치 환경은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5년~2024년) 해외투자 유치를 성공한 국내 스타트업은 전체에서 약 15%에 불과했다. 더욱이 2023년 기준, 해외 벤처캐피털(VC)의 국내 투자 비중 역시 전체 스타트업 투자 중 약 2%에 그쳐,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자본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내 스타트업 글로벌화 촉진 방안 제시" 제348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3년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국제적인 투자 흐름이 모두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 투자자가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인바운드 투자는 2022년 252건에서 180건으로 감소했으며, 아웃바인드 투자 또한 188건에서 135건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투자 감소는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 동력을 약화할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에도 부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격차와 한계는 단순한 수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 글로벌 투자 현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을 직접 평가해 온 해외 액셀러레이터(AC)는 국내 스타트업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가능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해외 AC가 바라본 한국 스타트업의 현주소..... 굿띵스의 노석훈 대표님과 만나다.

Q. 안녕하세요. 대표님, 대표님의 현재 역할과 비전을 포함해서 간단하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굿띵스(Good Things) 대표 노석훈입니다. 굿띵스는 런던에 기반을 둔 투자사로,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여 그들의 성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비전은 단순한 자본 제공자가 아니라, 스타트업과 함께 고민하고 실행하는 운영형 파트너(Operator)로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투자자가 되는 것입니다.
Q. 굿띵스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국내 스타트업에게 제공하는 지원 내용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의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굿띵스는 국내 스타트업을 해외의 시각에서 평가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함께 논의하며 미래 전략을 공동으로 설계합니다. 저희의 지원은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연결과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스타트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희의 방식입니다.
Q. 대표님께서 운영하시는 ‘굿띵스’가 직접 투자하거나 협력한 한국 스타트업들의 사례를 볼 때, 한국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겪는 '가장 의외였던' 또는 '가장 치명적이었던' 현지 경영의 어려움은 무엇이 있었나요?
가장 의외였던 점은 이사회나 주주총회(AGM)에서 질문이나 의견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해외 스타트업의 경우, 이사회는 열띤 토론과 때로는 격렬한 논쟁이 이어질 정도로 활발한데, 한국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중요한 과제를 뒤로 미루고 상대적으로 쉬운 일을 우선하는 경향입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법률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출장 등을 통해 단기 매출을 추구하는 경우입니다.
Q. 영국 등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가장 크게 우려하거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은 무엇이며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한국 스타트업의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무엇일까요?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기업 가치입니다.
많은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이 글로벌 기준에 비해 높다고 느낀다는 피드백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부족한 부분은 피칭 방식입니다. 한국과 해외는 피칭 요구사항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용하던 피치 덱을 그대로 해외 투자자에게 공유하면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한국 스타트업은 해외 투자를 희망하기 전에 현재 매출과 이익 대비 밸류에이션을 재검토하고, 투자자와 만나기 전 그들이 투자한 스타트업을 조사하며, 가능하다면 해당 스타트업과 직접 연락해 어떤 방식의 피칭이 성공적이었는지 학습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Q. 국내 스타트업들이 창업 초기부터 해외에 법인을 세우는 ‘플립’ 창업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왜 창업 초기부터 해외에서 창업하려고 할까? 그리고 플립이 결국 인재 유출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 전략의 장기적인 위험 요소는 무엇일까요?
플립 창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제 생각에는 ‘한국 스타트업’이라는 태그 대신 현지 스타트업으로 인식되기 위해서이며, 더 많은 VC에게 투자 기회를 열어두기 위함입니다. 이는 어떤 VC 들은 그들이 있는 나라에서만 투자 가능한 곳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초기 단계에서 플립을 하든, 중간에 하든, 결국 해외에서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엑시트나 IPO까지 이어진다면, 오히려 그런 팀을 배출한 한국의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성공을 위해 한국 정부나 국내 VC들이 영국 투자 생태계로부터 벤치마킹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1. 현지 시장과 산업 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해당 국가를 철저히 이해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에 대한 지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사전 조사와 현지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어떻게 개선하고 진출할지 충분히 고민해야 합니다.
2. VC의 네트워크 활용
한국 VC는 포트폴리오 기업을 위해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현지 파트너와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발굴해, 스타트업이 도착 직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함께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스타트업보다 VC가 이런 자원을 찾는 데 더 강점이 있습니다.
3. 정부 지원 방식 개선
이 답은 편향이 있을 수 있으나, 정부는 단순히 지원금을 통해 스타트업을 해외로 보내는 것보다, 그 자금을 활용해 현지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합니다. 로컬 투자자, 변호사, 어드바이저로 구성된 팀이 각 스타트업을 돕는다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 노석훈 대표님의 지적처럼, 국내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좁은 내수 시장 논리에 갇혀서는 안 된다. 해외 AC의 냉철한 시각을 성장의 거울로 삼아, '글로벌 스탠다드'로 무장하는 혁신적인 체질만이 한국 스타트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