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최근 발생한 3,370만여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건을 둘러싸고 국회 국정감사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킹 사고를 넘어 기업의 대응 방식과 글로벌 기준 적용 논란, 그리고 책임 소재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비판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7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으나 창업자 겸 이사장인 김범석 전 최고경영자가 출석하지 않아 논란이 커졌다. 김 전 대표는 해외 체류와 글로벌 업무를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고, 대신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대표이사와 브랫 매티스 최고정보보호책임자가 답변에 나섰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한국어 소통에 한계가 있는 외국인 인사라는 점이 부각되며 질의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질의에서 한 의원은 로저스 대표에게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공유할 수 없다”고 답하며 긴장감을 더했다. 이러한 장면은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상징적 장면으로 회자됐다.
국회는 김 전 대표의 불출석을 놓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공히 “국민의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됐는데 기업 책임자가 국회에 답변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하며, 김 전 대표와 관련 임원들에 대한 고발 및 정식 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 측은 “불출석은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며 관련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쿠팡의 대응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로저스 대표는 “미국 법 기준에서 이번 유출 정보는 민감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주민등록번호나 금융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해도 이름·전화번호·주소·주문 내역까지 유출된 점이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다.
이 사건은 국내외 규제 차이에서 비롯된 해석의 충돌로도 읽힌다. 쿠팡의 설명처럼 미국에서는 이 정도 데이터 유출이 ‘민감 정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 개인정보보호법 아래에서는 기업에 보다 엄격한 책임이 요구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을 개정해 대규모 유출 기업에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안도 논의되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의 감독기관은 쿠팡의 서비스 약관에서 해킹 책임 면책 조항을 삭제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조항이 곧 삭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후속 조치마저 이번 논란을 충분히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 여론은 가뜩이나 분노가 누적된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기업이 고객 정보를 소홀히 다루었다”는 비판과 함께 보상 요구, 집단 소송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미국 기준으로 설명하는 태도에 분노한다”고 지적했으며, 일부 소비자 단체는 “이번 사태는 단순 정보 유출을 넘어 신뢰의 붕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쿠팡 플랫폼의 이용자 수는 유출 이후에도 한동안 높게 유지되는 등 서비스 편의성 때문에 이용을 계속하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신뢰 회복 여부가 장기적 성장에 관건”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국내에서 기업의 책임 있는 대응과 글로벌 규제 간의 충돌, 그리고 정치권의 엄격한 책임 추궁이라는 다층적 논의를 촉발하며 앞으로도 법적·정책적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