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한국 사회가 정교(政敎) 유착 이슈를 두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단순히 특정 종교 단체인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만의 문제를 넘어, 종교권 전체가 정치권력과 어떻게 연결돼 왔는지, 또 그 과정에서 정교분리 원칙이 훼손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통일교를 둘러싼 로비·금품 제공 의혹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일각에서는 ‘통일교 게이트’가 아니라 ‘정교 유착 게이트’ 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일교 관련 수사는 올해 후반부터 정치권을 뒤흔들어 왔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통일교 고위 관계자가 여야 정치인들에게 금품과 선물, 후원 등을 제공했다는 진술과 정황을 확보하며 수사를 확대해왔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다수 정치인들도 거론되며, 정치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통일교는 종교적 조직이지만 정치적 영향력 행사가 의심되는 정황이 지속됨에 따라, 경찰이 관련 정치인 소환 계획을 세우는 등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통일교는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숨기지 않았다. 일부 종교학자들은 통일교가 정치권과 결합해 영향력을 확대해온 역사를 지적하며, 정치와 종교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한 학자는 “통일교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려 하지 않았다. 조직적 접근을 통해 입법과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통일교’ 한 단체만이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를 비롯한 일부 종교 단체들은 최근 성명을 통해 종교단체 전체가 정치권과 결탁해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종교단체의 조직적 정치 개입은 헌법이 보장한 정교분리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며, 통일교뿐 아니라 타 종교 조직들의 정치적 영향력도 집중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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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국 사회에서는 통일교 외에도 신천지와 같은 신흥 종교 집단이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과거 제기되기도 했다. 신천지 신도들이 정치적 조직 활동을 벌였다는 논란은 수차례 보도되며, 정교 유착 논쟁을 확대한 바 있다. 이처럼 여러 종교가 정치와 연결된 전례를 보인 만큼, 단 하나의 조직만을 문제 삼기에는 정교 유착의 구조가 훨씬 복잡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론도 분열되어 있다. 한편에서는 “특정 종교만을 겨냥하는 수사는 종교적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종교를 빙자한 정치권 로비가 반복되면 민주주의가 흔들릴 것”이라며 정교 유착 전반에 대한 특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갈등이 깊다. 여야 모두 통일교 유착 의혹을 서로를 겨냥한 정치 공세로 활용하면서, 특검 또는 국정조사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야권은 “검찰과 경찰 수사만으로는 진실이 규명되기 어렵다”며 독립적 특검 추진을 주장하고, 여권 일부는 “정교 관계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단순히 한 종교만을 겨냥한 수사를 넘어서는 광범위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이번 수사는 일본과 미국 등 국제 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교는 일본에서의 정치적 논란과 관련된 경험이 있으며, 미국에서도 일부 보수 정치 네트워크와의 교류가 알려진 바 있다. 이러한 국제적 측면은 한국 내 정교 유착 논쟁이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정교분리 원칙을 다시 한번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 종교 단체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면, 그것이 단순한 종교 활동이 아니라 공공성의 이름으로 해석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특검과 같은 독립적 진상 규명 절차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논쟁은 단순한 ‘통일교 게이트’를 넘어, 한국 사회가 종교와 정치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정교 유착에 대한 특검이 시행될지, 그 결과가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