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9호선 강동‧하남‧남양주선 사업이 분리발주 검토와 추가역 논란으로 다시 지연 조짐을 보이면서 남양주 시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경기도가 2·5공구를 턴키 방식에서 분리발주로 전환하려 하자 예산 초과로 인한 재예비타당성조사(재예타)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졌고, 이 경우 9호선 개통 시점이 2040년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지역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왕숙 1·2지구와 진접2지구 등 대규모 입주 예정 지역은 “선(先)교통 후(後)입주”라는 정부의 약속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9호선 전체 노선도 및 2‧5공구 위치
9호선 조기개통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최근 공개한 활동집에서는 지연의 구조적 원인이 상세하게 정리돼 있다. 활동집에 따르면 지난 2025년 11월 기준 2·5공구는 각각 단독 입찰 또는 무응찰로 인해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않았고, 경기도는 이를 사유로 분리발주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공구는 이미 현대건설·진흥기업 컨소시엄이 참여한 이력이 있는 대형 SOC 사업 구간으로, 수의계약이 불가능한 상황도 아닌데 굳이 분리발주로 전환하는 것은 “추가비용 발생→재예타 진입→전면 일정 지연”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이 비대위 내부에서 제기됐다. 실제로 비대위 자료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당시 사업비 잔여분이 약 72억 원에 불과해, 분리발주로 인한 추가비용이 발생하면 재예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담고 있다.
개통 예상 일정표(9호선 비대위 제공)
그 과정에서 남양주시의 추가역(진관리 등) 추진 의지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남양주시는 시의회 행정감사에서 “입찰 지연으로 일정이 늦어진 만큼 추가 역사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신설역 1개당 1,800~2,000억 원이 더 투입되어 사업비가 30% 이상 증가하는 구조임에도 추진을 강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남양주시는 이 추가 비용 부담이 LH에 있다고 설명했지만, 비대위는 “결국 사업 지연 사유가 더 늘어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연 우려가 커지자 시민들은 스스로 행동에 나섰다. 비대위는 2025년 8월 신설역 반대와 조기개통 촉구를 주제로 첫 민원운동을 벌여 1,031명의 서명을 모았고, 이어 12월에는 경기도와 국토부 대광위를 대상으로 단 7일 동안 1,284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특히 왕숙 신도시와 진접2지구 등 향후 입주 예정자들의 참여가 두드러졌고, 이는 9호선 문제가 단순한 교통 편의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생활권을 좌우하는 생존권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원 참여 그래프(9호선 비대위 제공)
정치권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기도의회 김동영 의원은 철도항만물류국을 상대로 한 행정감사에서 “분리발주 시 개통이 얼마나 지연되는지에 대한 공식 보고서를 제출하라”며 일정 관리 부실과 책임 회피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는 경기도가 구체적인 지연 규모를 제시하지 않은 채 분리발주 필요성만 반복한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12월에는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이 비대위·왕숙신도시 연합회와 간담회를 열고 홍지선 경기부지사와의 간담회 추진 등 행정적 지원을 약속하며 조기개통 필요성에 공감했다. 비대위는 이러한 정치권 접촉을 시작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9호선 조기개통을 주요 의제로 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동영 의원 간담회 장면(9호선 비대위 제공)
비대위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9호선 사업은 남양주시민의 교통 기본권을 넘어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더 이상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국토부와 함께 원안대로 조속히 착공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국토부 대광위를 상대로 3만 명 서명운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조직적 행동까지 예고한 상태다.
성명서 현수막 사진(9호선 비대위 제공)
지연이 반복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집단은 결국 시민들이다. 왕숙·진접2지구만 해도 약 21만 명 규모의 대규모 인구 유입이 예정돼 있고, 이미 3기 신도시 입주 일정에 맞춰 생활 계획을 세운 예비 입주민들은 “교통망 없는 입주”가 현실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민들은 “국가가 약속한 선교통 후입주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며 “현재 지연 구조가 해소되지 않으면 남양주 전체의 정주성이 치명적으로 저하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자체와 경기도, 국토교통부, 그리고 정치권이 얽힌 복잡한 구조 속에서 9호선 사업의 일정은 다시 분기점을 맞고 있다. 조기개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주요 기관들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가 향후 수도권 동부 교통망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