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나지원 대학생 기자]

서울 국립현대미술관(Seoul MMCA)이 2026년 1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지하 1층 6·7전시실과 전시마당에서 기획전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작품이 스스로 소멸하는 운명을 전제로 삼는 '삭는 미술'을 통해 기존 예술이 남기고자 한 영속성과 아름다움의 환상을 넘어, 시간 속에서 변화하고 사라지는 미학을 성찰하게 한다.
전시는 생물학적 분해, 발효, 작품이 허물어진 곳에서 자라난 생명 등 미술이 통상 구현해온 형태의 반대편에서 출발한다. 예술이 영속적 객체로 남는 대신 지속 가능성과 변화, 그리고 사라짐의 과정을 드러냄으로써 현대 사회가 마주한 환경적, 존재론적 질문들을 예술적 실천을 통해 사유하도록 한다.
특히 작가 아사드 라자(Asad Raza)의 <흡수(Absorption)>는 경작자를 직접 모집한 참여형 작품이다. 아사드 라자는 뉴욕과 베를린에서 활동하며, 지역 및 지구환경에 초점을 맞춘 참여적인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의 작품 <흡수>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34회 칼도르 공공미술 프로젝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이 작업은 도시의 부산물과 폐기물을 재료로 '네오소일(neosoil)'이라 불리는 새로운 흙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의 관계를 되묻는다. 흙에 커피 찌꺼기, 택배 상자, 유기물 등이 섞이며 흙 속 미생물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은 관람객에게 소멸과 재생의 순환을 경험하게 만든다.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은 본 전시와 연계해 아사드 라자의 〈흡수〉를 함께 구현할 ‘경작자’를 공개 모집했다. 경작자는 흙을 돌보고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며 관람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작품의 실현 과정을 함께 책임진다. 지원은 2025년 12월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최종 선발된 경작자들은 2026년 1월 말부터 활동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이 물질적 잔존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과정, 그리고 관계 속에서 비가역적으로 변하는 존재로 마주할 때 비로소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는 점을 질문한다. 사라지는 것의 미학은 결국 우리 삶의 유한함과 예술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껴안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