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경제 일반 코너가 2030 세대 독자들로 붐비고 있다. | 윤소윤 기자
[한국미래일보=윤소윤 대학생 기자] 주말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코너. 이곳의 풍경이 바뀌었다. 은퇴를 앞둔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이곳을 운동화에 백팩을 멘 20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이 채우고 있다.
그들은 스마트폰으로 코인 시세를 확인하는 대신, 두꺼운 거시경제 서적과 기술적 분석 책을 한 손에 들고 활자를 읽어 내려간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라는 자극적인 단어 뒤에 가려진, **20대 투자 문화의 진짜 얼굴은 '학습'과 '적응'**이었다.
■ "부모님 세대와 룰이 달라졌다"… 저축의 종말, 투자의 시대
현장에서 만난 20대들은 투자를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키트'로 정의했다. 이들이 서점으로 몰려나온 가장 큰 이유는 구조적인 변화다. 고금리·고성장 시대에 청년기를 보낸 부모 세대와 달리, 지금은 월급만 모아서는 자산 증식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
취재 중 만난 20대 투자자 A씨는 "부모님 세대 때는 의식주 해결에 큰돈이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집값과 물가가 천문학적으로 올랐다"며 "과거의 방식(저축)으로는 사회 변화를 따라갈 수 없어 투자를 공부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투자는 탐욕이 아니라, 바뀐 자본주의 룰(rule)에 적응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 투자는 '돈놀이'가 아닌 '스펙'이다
기성세대가 투자를 '불로소득'이나 '도박'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면, 20대는 이를 '능력(Spec)'의 영역으로 받아들인다. 영어 점수를 따고 자격증을 따듯, 자본을 운용하는 능력 또한 공부해서 갖춰야 할 실력이라는 것이다.
서점에서 만난 청년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어서 공부한다"고 입을 모았다. A씨 역시 "월급이 노동의 대가라면, 투자 수익은 기업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에 대한 부대효과"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투자를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자신의 지적 능력과 판단력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20대의 특성을 보여준다.
■ '파이어족'은 옛말… "신발 한 켤레 더 사는 삶"을 원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목표가 미디어가 그리는 '수십억 자산가'나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들의 목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소박했다.
A씨는 "최종 목표는 부자가 되는 것보다, 한 달에 원하는 옷이나 신발 하나를 고민 없이 살 수 있는 정도의 수익"이라고 답했다. 불확실한 10년 뒤의 대박보다, 당장 내 취향을 유지할 수 있는 확실한 소득을 선호하는 셈이다. 이들에게 투자는 인생 역전의 사다리가 아니라, 팍팍한 월급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숨통에 가깝다.
■ 유튜브로 입문해 책으로 완성한다… '불확실성'과의 싸움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투자를 접하지만, 결국 서점으로 회귀한다. 유튜브 속 화려한 수익 인증에 자극받아 입문했지만, 정작 실전에서 마주한 시장의 공포는 영상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확신을 갖고 샀는데 그래프가 제멋대로 움직일 때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A씨의 말처럼, 통제 불가능한 변동성은 20대에게 가장 큰 공포다. 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은 '감'이나 '운' 대신 책 속에 담긴 논리와 데이터를 탐닉한다.
지금 서점에 서 있는 20대는 도박사가 아니다. 그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자신만의 공부로 통제해보려는, 가장 치열한 자본주의 모범생들이다.
공동 취재: 윤소윤, 김태이, 홍승기 대학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