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전국이 충격에 빠진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유사한 구조적 위험이 또다시 방치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천 강화군 동락천 일대에서 진행된 수해상습지 개선사업 제방에 홍수 시 붕괴 위험을 키울 수 있는 다수의 통관이 설치됐고, 이를 행정기관이 묵인한 채 준공했다는 제보다.
제보에 따르면 강화군 동락천 제방에는 총 52개 구간에 걸쳐 81개의 배수 통관이 설치돼 있으며, 이들 통관 상당수가 파이핑 현상을 막기 위한 차수벽과 하천 역류를 차단하는 개폐문(문비) 없이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자가 확보한 현장 사진과 영상 자료에는 통관이 제방을 관통하고 있지만, 외형상 차수벽이나 역류 방지 장치가 확인되지 않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담겨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단순한 미관이나 시공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제방 붕괴로 직결될 수 있는 ‘치명적 위험 요소’라는 점이다. 토목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방을 관통하는 구조물 주변에 차수 대책이 없을 경우 물길이 형성되는 파이핑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오송 참사 당시 임시 제방이 붕괴된 핵심 원리와 유사하다. 실제 오송 사고 역시 제방 내부로 스며든 물이 토사를 유실시키며 붕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동락천 제방 역시 집중호우 시 동일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건설기준(KDS)인 ‘하천설계기준(KDS 51 50 05)’은 제방을 관통하는 배수 구조물에 대해 파이핑 방지를 위한 차수 대책과 역류 방지 시설의 설치 필요성을 명시하고 있다. 제보자는 해당 기준에 비춰볼 때 동락천 제방의 통관 구조는 명백한 설계 기준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3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된 치수 사업임에도, 홍수 시 하천수가 농경지로 역류할 가능성을 막는 기본적 장치조차 없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동락천 수해상습지 개선공사 구간. 제보자는 이 일대 제방 52개 구간에서 81개의 통관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행정기관의 대응 태도다. 제보에 따르면 인천시 수질하천과는 국토안전관리원에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해달라는 요청을 특별한 사유 없이 거부했고, 인천시 자연재난과 역시 “전문기관 점검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강화군청 또한 부실 시공 의혹의 당사자인 감리단의 ‘위험하지 않다’는 설명만을 근거로 주민들의 점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 예방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역시 붕괴나 파손 우려가 있을 경우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위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조차 전문기관의 점검을 회피하는 행정 행태가 과연 법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만으로 해당 통관들이 실제 설계도서와 준공도면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최종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제방을 관통하는 구조물이 다수 존재하고, 그 주변에 핵심 안전 장치가 외형상 확인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정밀한 공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설계도면, 준공도면, 감리 검측 기록과 함께 전문기관의 현장 조사가 병행돼야 실체가 드러난다”며 “문제가 없다면 오히려 점검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 ‘설마’라는 안일함 속에 방치됐던 오송의 위험은 실제 참사로 이어졌다. 동락천 제방을 둘러싼 이번 의혹이 또 하나의 ‘사후 약방문’으로 끝날지, 아니면 선제적 점검을 통해 인재를 막는 계기가 될지는 이제 행정기관의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