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최근 보도된 ‘이재명發 부동산 대책’ 분석 기사는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를 대비시키며 “문은 세금·규제, 이는 금융·허가·규제지역”이라는 구도를 중심축으로 세웠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을 이 두 정부의 프레임만으로 설명하면, 한국 주택시장이 반복적으로 겪어온 정책의 핵심 메커니즘인 공급 방식,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속도, 임대시장 설계가 사라진다. 결국 독자는 “세금 vs 대출·허가”라는 표면적 대비만 받아들인 채, 왜 같은 부작용이 되풀이되는지에 대한 구조적 이해를 놓치게 된다.
이명박 정부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침체된 시장과 서민 주거 문제를 동시에 다루겠다는 명분 아래, 대규모 공급 프로그램을 정책 전면에 세웠다. 대표적인 축이 ‘보금자리주택’이다. 공공분양·공공임대를 통합해 저렴한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고,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10년간 150만 호 공급 계획을 제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시기의 정책은 “규제로 수요를 조이기”보다 “공급 물량을 공공이 직접 늘려 가격 안정의 기대를 만들기”에 무게를 두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공공택지 개발이 민간시장을 잠식한다는 논쟁, 입지·사전청약(사전예약) 설계의 부작용도 뒤따랐지만, ‘공급을 통한 심리 안정’이라는 접근 자체는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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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공급을 ‘공공 분양’으로만 보지 않고, 임대시장 구조를 손보는 방식으로 확대했다. 역세권·유휴부지 등 다양한 용지를 활용해 젊은 층·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 모델(행복주택)을 조정·확대하겠다는 후속 추진 계획이 정부 발표로 확인된다. 동시에 중산층 임대 수요를 ‘민간 자본’으로 흡수하려는 정책으로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키웠다. 8년 거주 가능, 임대료 상승률 제한, 공급촉진지구 신설 등 ‘임대의 제도화’를 통해 주거 안정의 한 축을 만들겠다는 설계였다. 즉 박근혜 정부의 특징은 단순한 대출 완화가 아니라, “공급=분양”이라는 등식을 깨고 임대시장에 ‘중산층용 제도 상품’을 투입해 시장을 안정시키려 했다는 점이다. 이 맥락이 빠진 채 문재인·이재명만 대비하면, 한국 부동산에서 임대정책이 가격과 거래에 미친 영향(전세→월세 전환, 임대 공급 유인 변화)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세금 이미지가 강하지만, ‘공급 카드’도 병행했다. 대표적으로 2017년 8·2 대책은 투기수요 억제와 실수요 보호를 내세우며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프레임을 강화했고, 이후 2018년 9월에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해 공공택지 확보 및 추가 공급 로드맵을 제시했다. 또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급 확대를 추진해왔다는 정부의 정책 자료도 존재한다. 즉 문재인 정부를 ‘세금·규제’로만 축약하면, 공급 발표는 있었으나 “실물(착공·분양·입주)로 체감되기까지의 시간차”가 시장 불안을 증폭시켰다는 중요한 쟁점이 흐려진다. 이 지점이야말로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평가할 때도 그대로 이어지는 핵심 변수다.
윤석열 정부는 방향성이 비교적 명확했다. 규제 완화와 정비사업 정상화, 그리고 대규모 공급 목표를 전면에 둔 접근이다. 2022년 국토교통부는 향후 5년간 270만 호 공급 등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공식 발표했고, 재건축 안전진단·재초환 등 정비사업의 제약을 완화하는 기조를 함께 내걸었다는 설명이 정책 보도에 반복된다. 또한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추진과 그 주요 내용 발표가 2023년 국토부 보도자료로 확인된다. 2026년 1월에는 관련 법안 국회 통과 소식이 정부 정책뉴스로 보도되며 절차 통합 등 사업 속도 단축 특례가 언급됐다. 윤석열 정부를 “대출 확대”로만 기억하면, 정작 공급을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로 풀어내려 했던 정책의 본체가 사라진다.
결국 이번 기사처럼 문재인과 이재명만 비교하면, 독자는 부동산 정책이 늘 돌고 도는 이유를 절반만 보게 된다. 부동산은 세금·대출 같은 ‘수요 억제 장치’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1) 공공택지·신도시·도심복합 등 공급의 물량과 입지, (2) 정비사업의 인허가·이주·금융 병목, (3) 임대시장 설계(공공임대·민간임대·전세 제도)의 유인 구조가 동시에 맞물려 움직인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 공급(보금자리)으로, 박근혜 정부는 공공임대(행복주택)와 민간임대 제도화(뉴스테이)로, 문재인 정부는 규제 프레임과 함께 공급 확대 방안·신도시 추진으로, 윤석열 정부는 270만 호 공급 목표와 정비사업 가속(특별법)으로 각기 다른 레버를 당겼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문재인 시즌2’로만 단정하는 접근은 분석의 속도를 높일 수는 있어도, 진단의 정확도를 낮춘다. 진짜 비교는 “세금이냐 대출이냐”가 아니라, 공급이 어디서 얼마나 빨리 실물로 나오고, 정비사업의 병목을 어떤 제도로 줄이며, 임대시장의 축을 무엇으로 설계해 전세·월세·매매의 균형을 만들 것인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기본 축을 복원하지 않으면, 1년·3년·5년 전망 역시 ‘거래가 얼고 가격이 갈라진다’는 수사에 머무르고, 왜 그렇게 되는지에 대한 정책적 처방은 다시 공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