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온라인 공간의 모든 이슈가 곧장 진영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어떤 사건이 터지면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를 차분히 따지기보다, 먼저 “누구 편이냐”를 묻는 댓글이 쏟아진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자연발생적으로만 커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권은 장외 여론전과 온라인 서명운동으로 지지층을 결집하고, 언론 일부는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클릭을 끌어모으며, 이용자들은 알고리즘과 팬덤 정치 속에서 더 쉽게 확증편향에 갇히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관위와 플랫폼 사업자들이 AI 기반 불법 선거운동과 위법 게시물 대응을 논의한 것도 이런 온라인 여론전이 이미 현실의 선거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정치권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정책 경쟁보다 상대 진영을 겨냥한 온라인 공세와 지지층 동원형 메시지가 더 자주 눈에 띄고 있다. 국민의힘이 ‘쌍특검’ 이슈를 놓고 전국 피켓 시위와 온라인 서명운동에 나선 일, 또 주요 정치 현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공소취소”와 “재판 속개”를 앞세워 강대강 프레임으로 대치된 장면은 정치가 숙의보다 여론전에 더 익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은 지지층 결속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결국 온라인 댓글 공간을 토론의 장이 아니라 적대의 전장으로 바꾸기 쉽다.
언론의 역할도 돌아봐야 한다. 본래 언론은 사실을 검증하고 맥락을 제공하며 과열된 여론을 식혀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자극적 제목과 대결 구도를 앞세워 갈등을 확대하는 보도가 적지 않다. 한국인의 뉴스 신뢰도가 2024년 기준 31%에 머문다는 조사 결과는, 이미 시민들이 언론을 공적 중재자보다 진영적 소음의 일부로 보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도 2025년 한국 뉴스 이용 환경에서 허위정보 확산과 뉴스 이용률 하락, 언론사와 독자 간 직접 연결의 취약성을 주요 문제로 짚었다. 언론이 분열의 중계자가 될수록, 댓글창은 정보의 공간이 아니라 분노의 배출구가 된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과 알고리즘은 갈등을 더욱 증폭시킨다. 국내 연구들은 유튜브의 정치 콘텐츠 소비와 추천 구조가 이용자의 기존 신념을 강화하고, 반대 의견에 대한 접근을 좁히는 경향을 보여준다고 분석해 왔다. 국회입법조사처 관련 보고서와 국내 연구 인용 보도들 역시 SNS 추천 알고리즘이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정치 판단을 비교와 숙고가 아니라 확증의 과정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사람들은 사실보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서를 먼저 소비하고, 댓글은 의견 표현이 아니라 진영 인증 수단으로 변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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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문제는 선동이 이제 하나의 ‘비즈니스’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는 극우 유튜버들이 음모론과 혐오, 맹목적 진영 옹호를 수익 구조로 활용하는 현실을 짚었고, 과거부터 여러 연구와 비평은 혐오와 분노가 관심과 체류 시간을 늘려 결국 돈이 되는 구조를 지적해 왔다. 정치인에게는 동원 효과가, 일부 언론과 콘텐츠 생산자에게는 트래픽과 수익이, 강성 지지층에게는 정체성의 만족이 돌아간다. 그러나 그렇게 얻는 이익의 대가로 사회 전체는 대화 능력을 잃고, 중간지대의 시민은 정치 혐오와 피로감만 떠안게 된다.
물론 모든 비판 댓글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권력을 감시하고 잘못을 따지는 비판은 민주주의에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사건을 정치적 음모나 진영 대결로만 해석하고, 상대를 조롱하거나 악마화하는 댓글 문화는 비판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반을 갉아먹는 행위에 가깝다. 특히 정치인들이 이런 정서를 부추기고, 언론이 이를 증폭하며, 이용자들이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구조가 고착되면 결국 공론장은 사라지고 팬덤만 남는다. 온라인 댓글이 사실 검증과 의견 교환의 공간으로 남을지, 아니면 선동과 분열의 확성기로 전락할지는 지금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시민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치는 편을 가르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를 설득하는 기술이어야 한다. 언론은 분노를 팔기보다 맥락을 설명해야 하고, 시민은 댓글을 남기기 전에 사실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모든 뉴스를 정치적으로만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사건의 본질을 잃고 진영의 감정만 남기게 된다. 그때 가장 크게 무너지는 것은 특정 정당이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