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미래일보=이수아 대학생 기자]

<자료출처: Pew Research Center, 〈How Teens Use and View AI〉 (2026)>
2026년 2월 24일, 미국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는 1,458명의 미국 청소년(13~17세)과 그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무려 미국 청소년의 57%가 정보 검색에, 54%가 학교 숙제 도움에 AI 챗봇을 활용하고 있었다. 10명 중 4명은 책·영상·기사를 직접 읽는 대신 AI에게 요약을 맡겼고, 10명 중 1명은 대부분의 학교 과제를 AI에 의존해 처리한다고 답했다.
숙제도 감정도 AI에게
한국도 다르지 않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NYPI)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 3명 중 2명이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2025 서울서베이 결과, 20대 이하 청소년의 AI 서비스 이용 경험률은 98.8%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로는 대화형 인공지능이 60.0%를 차지했다.
AI 챗봇을 매일 사용하는 청소년이 전체의 약 3분의 1에 달했으며, 더 주목할 만한 수치는 정서적 사용 영역이다. 청소년의 16%는 일상적 대화 상대로, 12%는 정서적 지지나 조언을 구하는 대상으로 AI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뇌과학이 보내는 적색등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신경과학과 인지과학 분야는 조심스러운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인지 외주화(Cognitive Offloading)이다. 인지 외주화란 기억·분석·판단 같은 고차원적 사고 과정을 외부 도구에 위탁하는 현상을 뜻하는데, AI는 이 현상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가속하고 있다.
2025년 1월 국제학술지 《Societies》에 발표된 마이클 게를리히(Michael Gerlich) 스위스비즈니스스쿨 교수의 연구는 AI 도구 의존도와 비판적 사고 능력 사이에 강한 부(負)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AI를 자주 사용하는 이들일수록 비판적 사고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으며, 이 경향은 특히 연령이 낮은 집단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어 2025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은 과도한 AI 의존이 학생들에게 인지적부채(Cognitive Debt)를 누적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AI의 도움을 받아 에세이를 작성한 학생들은 단기적인 결과물의 질은 우수했을지 모르나, 장기적인 기억 회상 능력이 떨어지고 자신의 논리를 방어하는 주인의식이 현저히 낮아졌다.
인지신경과학에 따르면 청소년기 뇌는 전전두엽 중심의시냅스 재구조화를 겪고 있으며, 전전두엽은 충동 조절·의사결정·비판적 사고를 담당하는 부위로, 25세 무렵까지 발달이 이어진다. 청소년 시기에는 즉각적인 보상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지니는데, AI가 제공하는 빠르고 유려한 답변은 중간 과정의 사고를 건너뛰도록 유혹하고ㅣ인지를 AI에게 위임하는 패턴으로 이어진다. 청소년 시기에 반복적으로 생각을 AI에 맡기는 습관이 형성될 경우, 뇌 가소성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한 종단 연구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디지털 동료애의 등장
AI를 학습 도구가 아닌 관계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는 디지털 동료애(Digital Companionship) 현상 역시두드러진다.

<자료 출처: <span data-complete="true" data-sfc-cb="">Common Sense Media, 〈The State of AI Companions for Teens〉 (2025) >
앞선 퓨 리서치 통계에서 보듯 16%의 청소년이 AI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12%가 감정적 위로를 구한다고 답했다. 또한 미국의 아동·청소년 미디어 연구기관 커먼 센스 미디어(Common Sense Media)의 2025년 조사에서는 미국 10대(13-17세) 70% 이상이 인공지능 기반의 가상 친구를 경험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기는 또래 집단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소속감을 획득하는 시기다. 타인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때 뇌의 보상 센터에서는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러나 과도한 AI 사용은 인간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 거절, 타협이라는 건강한 마찰을 뒤로한채 사용자의 입맛에 맞춘 수용과 즉각적인 피드백만을 제공한다. 그 결과, 타인의 미묘한 비언어적 단서를 읽어내고 갈등을 조율해야 하는 현실세계의 대면 관계를 회피하는 성향이 짙어진다.
AI, 새로운 교육 사다리가 될까
AI 의존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모든 청소년이 동등하게 AI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청소년의 생성형 AI 이용 현황 및 영향에 관한 연구(2025)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계층 간 격차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경제 수준이 높은 집단의 생성형 AI 활용 경험률(69%)은 낮은 집단(64.3%)보다 높게 나타났다. 학업 성적과 가정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청소년의 AI 리터러시 수준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집단별 생성형 AI 리터러시 평균 점수 (5점 만점) | 평균 점수 |
전체 청소년 평균 (전반적 활용 이해도) | 3.50점 내외 |
학업 성적 '상' 집단 | 3.65점 |
학업 성적 '하' 집단 | 3.25점 |
경제수준 ‘상‘ 집단 | 3.61점 |
경제수준 ‘하‘ 집단 | 3.25점 |
<데이터 출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NYPI) 블루노트 이슈앤 정책 159호 (2025) >
표에서 나타나듯, 학업 성적과 가정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생성형 AI 리터러시에는 분명한 격차가 존재한다. 학업 성적이 높은 집단과 경제 수준이 높은 집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해도를 보이는 반면, 성적과 경제적 자원이 낮은 집단에서는 AI 활용 능력이 낮게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격차가 앞으로 교육 불평등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학생들은 AI를 사고를 확장하는 학습 도구로 활용하는 반면, 다른 학생들은 이를 단순한 정답 자판기로 소비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AI 시대의 교육 격차는 단순한 디지털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력과 해석 능력을 둘러싼 새로운 형태의 인지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유네스코는 2021년 'AI 윤리 권고안'을 통해 국제적 기준을 제시했으며, 유럽연합(EU) 또한 고위험 AI를 엄격히 통제하는 'AI 법(AI Act)' 제정에 속도를 내며 실질적인 규제 틀을 마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