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절세의 승부처는 상품보다 계좌였다 이재원 기자 2026-03-17 00:00:02

[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노후 준비의 핵심이 더 이상 “무슨 종목을 사느냐”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같은 ETF를 사더라도 어느 계좌에 담느냐에 따라 최종 수익이 달라진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ISA는 2026년 1월 말 기준 가입자 807만 명, 가입금액 54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대표 절세 계좌로 자리 잡았다. 시장이 커질수록 자산 배분만큼이나 계좌 배분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연금저축과 IRP는 기본적으로 세액공제와 과세이연이라는 두 축으로 움직인다. 국세청에 따르면 연금계좌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는 연금저축 600만원, 퇴직연금을 포함한 전체 한도는 900만원이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금액 4500만원 이하 구간은 15% 공제에 지방소득세를 더해 16.5%, 이를 초과하면 12%에 지방소득세를 더한 13.2% 수준의 공제 효과가 적용된다. 연금으로 수령할 때는 3.3~5.5%의 낮은 세율이 적용돼 장기 복리 운용의 기반이 된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납입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연금저축을 600만원까지 채우고, 이후 IRP로 300만원을 넣어 합산 900만원 한도를 채우는 방식이 가장 널리 권장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연금저축이 IRP보다 운용 자유도가 높고 자금 운용의 유연성도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반면 IRP는 퇴직연금 성격이 강해 중도 인출과 해지 제약이 훨씬 크다. 절세 혜택을 최대한 챙기면서도 유동성 부담을 덜려면 연금저축 선납, IRP 보완의 순서가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ISA는 성격이 다르다. 이 계좌의 강점은 세액공제가 아니라 비과세와 손익통산이다. 일반형은 순이익 200만원, 서민형·농어민형은 400만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되고, 초과 수익은 9.9% 분리과세가 이뤄진다. 연간 납입한도는 2000만원, 누적 최대 1억원이며 의무 가입기간은 3년이다. 손실과 이익을 계좌 안에서 합산한 뒤 순이익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있는 자산을 담아도 일반 과세계좌보다 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ISA의 가장 큰 무기다.


이 때문에 계좌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IRP는 규정상 위험자산 편입 한도가 70%로 제한돼 있어 미국 대표지수형 ETF 같은 장기 핵심 자산을 중심으로 가져가고, 남은 30%는 채권이나 예금성 자산으로 채우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주식 비중을 더 높이고 싶다면 적격 TDF를 활용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적격 TDF는 내부 주식 비중이 높더라도 퇴직연금 규정상 별도 취급을 받아 IRP 안에서 주식 노출을 확대하는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연금저축은 IRP보다 투자 제한이 덜해 포트폴리오 다각화 창구로 쓸 수 있다. 국세청은 ISA 만기 자금을 연금계좌로 이전할 경우 전환금액의 10%, 최대 300만원까지 세액공제 한도가 추가 확대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결국 연금저축은 장기 성장자산과 일부 대체자산을 함께 담는 유연한 공간, IRP는 세액공제와 안정성 규율을 동시에 가져가는 중심축, ISA는 배당·이자·테마형 자산까지 폭넓게 담으며 비과세 효과를 노리는 계좌로 기능을 나눌수록 구조가 선명해진다.


특히 ISA의 인기가 커지는 이유는 최근 투자 성향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투자중개형 ISA 가입자는 701만명으로 전체 ISA의 86.9%를 차지했고, 가입금액도 37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68.8%에 달했다. 가입금액의 증가 역시 대부분 투자중개형이 이끌었다. 예·적금 중심이던 절세 계좌가 이제는 주식과 ETF 중심의 투자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에서는 ISA를 단순 보관계좌가 아니라 배당형 ETF, 월분배형 상품, 중위험 테마형 자산을 담는 절세 포지션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절세 계좌 전략이 만능은 아니다. 계좌의 성격을 무시하고 무조건 인기 상품만 따라 담으면 오히려 운용이 꼬일 수 있다. IRP는 유동성 제약이 크고, ISA는 의무 보유기간과 만기 설계를 함께 고려해야 하며, 연금저축과 IRP는 연금 외 수령 시 세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절세는 수익을 보조하는 장치이지 손실을 지워주는 마법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좋은 상품”을 찾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상품을 어떤 계좌에 배치해야 세금과 유동성, 장기 수익률이 동시에 맞물리는지를 설계하는 일이다. 지금 시장이 보여주는 변화는 분명하다. 자산 배분의 시대를 넘어, 계좌 배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오피니언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