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정지은 대학생 기자]
쿠팡 '무라벨 생수' 검색 화면
묶음 판매용 생수에 대한 ‘무(無)라벨’ 포장이 의무화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유통 현장에서는 라벨이 부착된 제품이 상당수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수 제품 간 가격 차이도 크게 벌어지면서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늘어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올해 1월부터 ‘무라벨 생수’ 의무화를 시행했다. 온라인·오프라인 묶음 판매용 먹는 샘물에 무라벨 포장을 의무화하고, 제품 정보는 병마개나 QR코드에 표시하도록 했다. 다만 해당 제도는 국내 생산 먹는 샘물에만 적용된다. 수입산 생수나 지하수에 미네랄을 첨가한 가공음료(「식품위생법」상 혼합음료)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제도 운영이 사실상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좌우되는 구조로 이어졌다.
더 나아가 무라벨 생수가 과연 실질적인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지 그 의문이 제기된다. 라벨은 제거됐지만, 병 자체는 여전히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친환경, 즉 ‘그린워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소비자에게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실제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생수 낱개 제품은 대부분 라벨을 부착한 채 판매되고 있다. 묶음과 달리 생수 낱개 제품은 QR코드 인식, POS(판매관리 시스템) 입력 등 유통 인프라 구축을 고려해 1년의 계도 기간이 적용된다. 무라벨 생수 제도는 2020년 묶음 제품 허용, 2022년 낱병 허용을 거쳐 올해 묶음 제품 의무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기존 재고와 유통 환경 문제로 현장 전환은 더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위반 시 처벌 수위가 낮아 강제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라벨 생수는 소비자에게는 또 다른 불편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브랜드를 식별하는 라벨이 사라지면서 제품을 한눈에 구분하기 어려워졌고, 성분이나 제조 정보 등을 확인하려면 일일이 QR코드를 스캔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는 해당 제도가 오히려 합리적 소비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친환경 정책과 일상 편의성이 충돌하는 현실이다.
한편 생수 간 가격 차이 역시 소비자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주요 유통매장과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생수 브랜드 28개를 조사한 결과, 동일한 수원지와 용량임에도 제품 가격 차이가 최대 1.7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일부 제품은 온라인 판매 과정에서 수원지와 유통기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라벨 제품의 표시사항을 점검한 결과, 병 마개에 작게 인쇄되거나 용기에 흐릿하게 각인되는 등 정보 확인이 어려운 사례도 파악됐다. 한국소비자원은 관련 사업자에게 수원지 및 유통기한 정보 제공을 강화하고, QR코드 등을 활용해 표시 가독성을 높일 것을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무라벨 정책이 플라스틱 사용 저감이라는 긍정적인 취지를 갖지만, 소비자 편의성과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선택이 일시적인 이미지 소비에 그치지 않기 위해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 모두의 지속적인 고민과 적극적인 실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