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유지성 대학생 기자]
"퇴근하면 곧바로 배달 앱을 켭니다. 월급만으론 방세 내고 밥 먹기도 벅차거든요."
치솟는 물가와 고용 한파가 청년들을 '생존형 N잡'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다. 통계상 취업자 수는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기 쪼개기 알바로 연명하는 '속빈 강정' 노동이 똬리를 틀고 있다.
다수의 "N잡"을 수행하며 피로와 재정적 압박을 느끼는 현대인의 복잡한 삶을 표현 / Gemini 생성
통계청에 따르면 본업 외 부업을 뛰는 'N잡러' 규모는 최근 70만 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과거 자아실현이나 여유 자금 마련을 위해 유행하던 N잡과는 결이 다르다. 실질 임금은 제자리걸음인데 주거비와 외식비는 턱없이 뛰자, 퇴근 후 다시 심야 대리운전이나 배달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생계형 다중 노동이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3년 차 직장인 김 모(28) 씨는 "물가는 오르는데 연봉 인상률은 2%에 불과해 지난달부터 주말 야간 물류센터 알바를 시작했다"며 "쉬는 날 없이 일해도 매달 카드값 마이너스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고용의 질은 이미 곤두박질쳤다. 올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5년 만의 최저치인 43%대로 주저앉았고, 구직 자체를 포기한 청년은 120만 명을 넘겼다. 대졸 공채가 사라지고 경력직 수시 채용이 대세가 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는 씨가 말랐다. 기업이 닫아버린 신입 채용의 빈자리를, 정부가 만든 단기 공공 일자리와 주휴수당조차 받지 못하는 주 15시간 미만의 질 낮은 비정규직 노동이 위태롭게 채우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늘어난 청년 일자리의 상당수는 배달, 서빙 등 커리어 발전이나 숙련도가 필요 없는 단순 노무직에 집중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쪼개기 알바'의 고착화다. 불안정한 초단기 노동은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막고 빚만 늘려,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는다. 직무 전문성을 쌓을 시기에 단순 노동만 반복하다 보면 결국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플랫폼 노동과 단기 알바가 만들어내는 일자리 통계의 착시를 걷어내야 할 때다. 눈앞의 숫자 방어에 급급한 땜질식 단기 처방을 멈추고, 기업의 정규 채용을 유도하는 동시에 노동 소득만으로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일자리 체질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