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보고서 ‘한국 영화 수익 극대화를 위한 홀드백 분석 연구’"극장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된 홀드백 6개월 법제화가 오히려 대다수 영화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16일 공개한 보고서는 6개월 홀드백 의무화가 극장 관객 증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반면, 전체 개봉작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 영화의 수익 구조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OTT 늦춰도 관객 안 온다"…4년 치 395편이 증명
영진위가 16일 누리집에 공개한 ‘한국 영화 수익 극대화를 위한 홀드백 분석 연구’보고서는 2021~2024년 국내 극장 개봉작 395편의 상영 데이터와 연 1회 이상 극장을 찾은 관람객 500명 대상 설문, 제작·배급·극장 업계 이해관계자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다.
분석 결과 관객 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는 스크린 수, 상영 일수, 배급력 등이 꼽혔으며, 홀드백 기간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OTT 공개를 늦추면 극장 관객이 늘어난다"는 가설이 데이터로는 뚜렷하게 입증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영화진흥위원회 보고서 ‘한국 영화 수익 극대화를 위한 홀드백 분석 연구’
관객이 극장을 외면하는 이유도 따로 있었다. 소비자 25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극장 방문이 줄어든 이유로 ‘OTT가 편하다’(50.8%)와 ‘티켓 가격이 비싸다’(47.6%)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2024년 국내 OTT 이용률은 79%로 2021년(66.3%)보다 3년 새 약 13%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의 무게중심이 이미 극장에서 OTT로 넘어간 상황에서 홀드백 규제만으로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법안이 기준으로 삼은 '180일(6개월)'에 대해서도 "경험적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극장 수익이 충분히 실현된 뒤 가능한 한 빠르게 2차 창구로 진입하는 것이 전체 수익 극대화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 "대작엔 불필요, 중소 영화엔 불리"…최적 기간은 45~105일
영화진흥위원회 보고서 ‘한국 영화 수익 극대화를 위한 홀드백 분석 연구’
보고서가 짚은 또 다른 문제는 수익 구조의 극심한 쏠림이다. 전체 극장 수익의 68.2%가 상위 10% 영화에 몰려 있으며, 하위 50% 영화의 몫은 3.2%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에서 6개월 홀드백을 일괄 적용하면 개봉 초반에 수익을 이미 거두는 대작엔 큰 부담이 없지만, 마케팅 효과가 살아있을 때 OTT로 빠르게 넘어가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중소 영화엔 직격탄이 된다.
보고서가 산출한 규모별 최적 홀드백은 45~105일로, 영화 성격에 따라 최대 60일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획일적 법 규제 대신 ‘유형별 차등 적용과 업계 자율 협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봉준호·임권택도 나섰다…"블랙아웃 법안 철회하라”
한편 법안에 대한 영화계 반발은 이미 임계점을 넘은 상태다.
영화단체연대회의(13개 단체)는 지난 9일 서울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봉준호·임권택·정지영 감독과 박중훈·이정현·유지태 배우 등 영화인 581명의 이름으로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을 “정상적인 홀드백이 아닌 블랙아웃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비자가 영화를 오래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극장에서 더 오래 상영될 수 있도록 상영 기간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법안의 방향 자체를 비판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4일 영화계 간담회에서 “국회 논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며 민관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사실상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법안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팬데믹 이후 홀드백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심층 보고서가 나온 만큼, 향후 법안 논의의 방향에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국미래일보=황하영 대학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