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과 체리슈머.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한국미래일보=이효윤 대학생 기자]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제품 용량을 줄여 실질적 인상을 꾀하는 '슈링크플레이션'과 이에 맞서 실속을 챙기는 '체리슈머'의 대립이 유통 시장의 새로운 판도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는 원가 상승 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가격은 유지하되 용량을 5~10% 가량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전략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줄어들다(Shrink)'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이 기법은 단위당 가격을 높여 소비자가 인상 폭을 즉각적으로 인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정부 차원의 대응은 이미 가동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4년 8월부터 주요 생필품 119개 품목의 용량 변경 고지를 의무화했고, 최근에는 위생용품과 외식업계 등으로 그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패키지 리뉴얼이나 성분 변경을 명목으로 고지 의무를 우회하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하다. 이에 대해 소비자학계에서는 이를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로 규정하며, 형식적 표기를 넘어 소비자가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실질적 고지 체계가 안착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이러한 행보에 대응해 등장한 것이 '체리슈머(Cherrysumer)'다. 한정된 자원으로 효용을 극대화하는 이들은 과거 혜택만 취하던 '체리피커'에서 한 단계 진화해,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조각 전략'과 공동구매로 비용을 나누는 '반반 전략'을 적극 활용한다. 이들은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제품의 단위당 단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기업의 불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감시하는 일종의 시장 감시자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결국 유통 산업의 장기적인 승패는 단기적인 수익 방어가 아닌 '신뢰 자본' 확보에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보 네트워크를 장악한 체리슈머들 앞에서 투명하지 못한 가격 전략은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 실추라는 더 큰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통 시장의 무게중심은 과거 브랜드 파워 중심에서 기업의 '정보 투명성'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불황기일수록 기업이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선택해야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