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뉴럴링크는 일론 머스크의 여러 기업 중 가장 미래적인 동시에 가장 민감한 사업으로 꼽힌다. 테슬라가 이동을 바꾸고, 스페이스X가 우주 인프라를 확장한다면, 뉴럴링크는 인간의 신경계와 디지털 기기를 직접 연결하려는 기업이다. 과거에는 공상과학적 구상처럼 보였지만, 최근 흐름은 분명히 달라졌다. 뉴럴링크는 이제 단순한 비전 발표 단계가 아니라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환자 사용 사례, 차세대 장치 개발, 시각 회복 기술까지 논의되는 단계로 진입했다.
최근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임상시험 규모의 확대다. 로이터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2026년 1월 기준 전 세계 임상시험에 21명의 참가자를 등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5년 9월 12명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뉴럴링크의 임상시험은 주로 척수손상 등으로 신체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뇌 신호를 해석해 컴퓨터 커서나 디지털 장치를 조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회사는 현재까지 심각한 장치 관련 이상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초기 환자들의 사용 사례도 주목된다. 뉴럴링크의 첫 번째 인간 이식자는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고, 인터넷을 탐색하며, 게임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머스크는 2024년 첫 환자가 “생각만으로 마우스를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고, 이후 뉴럴링크는 환자들이 디지털 기기와 물리적 장치를 제어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단순 실험을 넘어 장애인의 독립성과 의사소통을 회복하는 보조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다만 뉴럴링크의 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첫 번째 인간 이식 사례에서는 칩과 연결된 일부 전극 실이 뇌 조직에서 이탈하면서 기능 저하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럴링크는 이후 소프트웨어 보정과 장치 개선을 통해 일부 기능을 회복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사건은 뇌에 직접 삽입되는 고위험 의료기기의 기술적 난도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수술 안전성, 장기 내구성, 데이터 보호, 윤리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하는 기술이다.
뉴럴링크가 바라보는 다음 단계는 대량 생산과 수술 자동화다. 로이터는 머스크가 2026년부터 뉴럴링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장치를 고도화하고, 수술 절차를 완전 자동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뉴럴링크가 자체 수술 로봇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뇌에 가느다란 전극을 안정적으로 삽입하려면 인간 의사의 손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뉴럴링크의 사업화는 칩 자체보다도, 이를 얼마나 안전하고 반복적으로 이식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 지원을 받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업 뉴사이버 뉴로테크는 자사의 기술이 뉴럴링크보다 약 3년 뒤처져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국이 임상시험 확대와 상용화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은 침습형 BCI 의료기기 상용화 승인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어, 뉴럴링크의 경쟁 구도는 미국 스타트업 간 경쟁을 넘어 미·중 기술 패권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뉴럴링크의 또 다른 확장 축은 ‘블라인드사이트’다. 회사는 시각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하는 Blindsight 프로젝트가 FDA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기술은 시각 피질을 직접 자극해 시각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보조기기와는 다른 접근이다. 아직 실제 상용화까지는 긴 검증 과정이 필요하지만, 뉴럴링크가 단순히 커서 제어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감각 회복과 인간 기능 확장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뉴럴링크의 의미는 하나의 의료기기 회사를 넘어선다. 이 회사는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는 보조공학 기업인 동시에, 인간과 AI의 관계를 다시 설계하려는 머스크식 미래 전략의 핵심 축이다. 테슬라가 AI를 차량과 로봇에 심고, 스페이스X가 우주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뉴럴링크는 인간의 신경계 자체를 디지털 네트워크와 연결하려 한다. 그래서 뉴럴링크의 기술은 치료와 보조의 영역에서 출발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간 능력 확장이라는 더 큰 논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의 뉴럴링크는 아직 가능성과 위험이 공존하는 초기 임상 단계에 있다. 환자 사용 사례는 강력한 기대를 만들고 있지만, 장기 안전성, 수술 위험, 임상 규모, 규제 승인,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뉴럴링크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널리 쓰이려면 단순히 “생각으로 기계를 움직인다”는 충격적 장면을 넘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며 누구에게나 설명 가능한 치료 기술임을 입증해야 한다. 뉴럴링크의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