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최다정 대학생 기자]
단순한 자금 이체 수단을 넘어 사용자의 일상을 점유하는 슈퍼앱(Super App)으로 도약하기 위해, 금융권은 소프트웨어와 게임의 결합인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토스, 카카오뱅크 등 주요 핀테크 기업을 필두로 전통 금융사까지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월간 활성 이용자(MAU, Monthly Active Users)를 극대화하고 양질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플랫폼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메커니즘을 적용하는 고도화된 UI/UX 설계 기술이다. 도전 과제, 경쟁, 시각적 보상 등을 넣어 목적이 있을 때만 접속하던 기존 뱅킹 앱의 한계를 벗어나, 특별한 금융 용무가 없어도 습관적으로 앱을 켜게 만드는 플랫폼으로 체질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토스의 만보기(좌측), 고양이 키우기(우측)
게이미피케이션으로 성공을 거둔 대표 사례 중 하나는 핀테크 기업 ‘토스’다. 토스는 앱 내에서 ‘만보기’(걸음 수 측정을 통한 포인트 제공), ‘고양이 키우기’(각종 미션을 통해 먹이를 주며 고양이를 키우면 기프티콘 제공) 등의 미니 게임을 제공하며 폭발적인 일상 트래픽을 창출했다. 출석과 미션 수행이라는 게임적 요소를 통해 사용자에게 소액의 포인트(리워드)를 즉각 지급하는 방식으로 강력한 접속 습관을 만들어냈다.
Npay 우리 적금 24주 출석 체크
이러한 성공 공식은 금융권 전반의 인프라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우리은행과 협업한 ‘Npay 우리 적금(24주)’을 일주일에 한 번 출석하면 캐릭터 도장을 하나씩 찍어주고, 일정 구간마다 커피 기프티콘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앱에 접속하는 것을 유도하면서, 사용자는 간단한 행위(출석)을 통해 보상을 제공받을 수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모니모 '젤리' 변환 상점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통합 앱 ‘모니모’ 또한 ‘젤리’라는 자체 토큰으로 보상을 제공하며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넣었다. 앱 내 송금, 걷기, 금융 상품 조회, 기상 미션, 영어 미션 등 상호작용 및 미션을 통해 젤리를 제공한다. 일반 젤리와 스페셜 젤리로 나뉘어 있으며 수집한 젤리는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도 슬롯머신 형태의 애니메이션을 적용해 게임적 요소를 추가해둔 것이 인상적이다.
단순한 미니 게임처럼 보이지만 이를 앱 내에 유연하게 연동하고 실시간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서버 비용과 개발 리소스가 투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업계가 고도화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플랫폼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IT 지표들을 비약적으로 개선하기 때문이다. 자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용자의 일상 접속을 유도하는 훅 모델(Hook Model) 전략이다. 예금, 대출 등 금융 상품은 본질적으로 구매 주기가 길어 앱을 켤 일이 거의 없다. 훅 모델은 ‘계기(Trigger) - 행동(Action) - 가변적 보상(Reward) - 투자(Investment)’로 이어지는 사용자의 습관 형성을 설계하는 소프트웨어 행동 설계 프레임워크다.
쉽게 말해 푸시 알림(계기)이 뜨면 사용자는 앱을 열고(행동) 퀘스트를 수행해 즉시 포인트를 받는다.(보상) 이후 포인트를 모아서 상품으로 바꾸는 과정이 반복되며(투자) 자연스럽게 앱 이용 습관이 형성되는 원리다.
금융사들은 이 알고리즘을 통해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면서도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 Daily Active Users)를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도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충성도 지표인 리텐션(잔존율)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둘째, 숨은 고객을 발굴하는 비금융 대안 데이터(Alternative Data) 수집이다. 여기서 비금융 대안 데이터란 금융거래 외의 행동 및 생활 데이터(걸음 수, 앱 사용 패턴 등)로 신용평가나 개인화 추천에 활용되는 보조 데이터를 말한다.
예를 들어 걸음 수로 소액대출 한도를 산정하거나 퀴즈 응답 패턴으로 금융상품 관심사를 추정해 맞춤형 추천을 하는 식이다. 걸음 수는 사용자의 규칙적 생활 패턴, 신뢰성, 활동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에 기존 신용정보가 부족한 사람에게 보완 신호로 활용해 추정할 수 있다. 이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 일정 지표로 활용 가능하다.
은행은 원래 통장 잔고나 신용카드를 쓰는 돈 등의 신용평가로만 사람을 평가한다. 그래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은 데이터가 없어 대출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매일 만보기를 채우고, 기상 미션을 성공하는 사람이라면 돈이 아직 없어도 성실한 사람임을 증명할 수 있다. 이를 데이터로 삼아 금리를 깎아주거나 맞춤 상품을 추천해 줄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수집된 비정형 데이터를 머신러닝 모델에 학습시켜 씬파일러(금융 이력이 적어 기존 신용평가에서 불리한 사람)를 위한 대안 신용평가모형(CSS)를 고도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개인화된 맞춤형 금융 상품을 적기에 추천하는 엔진을 구동하는 것이다.
셋째, 거부감 없는 핵심 금융 상품으로의 연결(크로스셀링)이다. 기존의 노골적인 배너 광고나 텔레마케팅은 소비자에게 피로감을 준다. 반면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심리적 장벽을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가상의 캐릭터를 키우는 미션을 완료했을 때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더 빨리 자라는 연 5% 우대금리 적금 가입하기’ 버튼을 띄우거나 경제 퀴즈를 풀고 난 뒤 ‘정답 맞힌 기념으로 해외주식 소수점 투자 시작하기’ 배너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단순한 재미를 위해 접속한 이용자를 예금, 카드, 투자 등 실제 금융 상품 가입으로 매끄럽게 유도하는 교차 판매(크로스셀링, Cross-selling) 전략을 통해 단순한 방문자 수 극대화를 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게이미피케이션은 단순한 디자인 트렌드가 아닌 금융과 IT 기술, 그리고 데이터 과학이 결합한 종합적인 플랫폼 전략이다. 향후 금융권의 게이미피케이션은 생성형 AI 기술과 결합하여 사용자의 상황과 감정에 맞춘 실시간 퀘스트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교한 행동 설계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최적의 몰입감을 선사하고, 이를 자연스러운 금융 경험으로 연결하는 플랫폼만이 미래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주도권을 쥘 것이다. 다만 개인정보와 과몰입 문제 등 윤리 및 규제 쟁점도 함께 제기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