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수아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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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생성형 AI와 함께 국보 <미인도>, 동서양 미학의 경계를 넘다
이번 협력 프로젝트의 핵심은 신윤복의 <미인도>에 표현된 전통 수묵담채 기법과 서양 미술사를 정립한 거장들의 화풍을 생성형 AI를 통해 상호 변환·재해석하는 것이다.
DGIST 임성훈 교수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고도화된 스타일 변환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그 결과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아트 작품들이 탄생했다. 신윤복의 <미인도>가 모네의 '수련' 시리즈처럼 부드러운 색감의 빛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렘브란트의 자화상처럼 극적인 명암으로 재현되기도 했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소용돌이치는 필치로 표현된 <미인도>도 함께 선보여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신윤복의 화풍을 학습한 AI가 서양 고전 명화들을 역으로 신윤복의 필치로 변환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됐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모네의 '수련'이 신윤복 특유의 십팔기법(十八技法)으로 표현되고, 반 고흐의 자화상이 조선시대 초상화의 필법으로 그려지는 식이었다. 이는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 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창조적 가능성을 열어주는 시도로 평가받았다.
전시장에서 즉석으로…관람객이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아트'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관람객의 직접 참여다. 대구간송미술관에 마련된 체험존에서 방문객들은 현장에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뒤, AI 기술을 통해 그 사진이 거장들의 화풍으로 실시간 변환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관람객이 촬영한 초상 사진이 모네의 인상주의 기법으로 부드럽게 표현되거나, 렘브란트의 명암 대조로 극적으로 재현되거나, 반 고흐의 격정적인 필치로 변환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신윤복의 화풍으로도 자신의 초상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어, 조선시대 미인도 전통 속에 자신을 대입해보는 경험도 가능했다.
전시 기간 중 관람객들의 호응은 뜨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AI 기술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도 전시를 찾아 자신의 초상을 다양한 화풍으로 변환해보는 경험을 즐겼다. 소셜미디어에도 관람객들이 제작한 변환 이미지들이 다수 공유되며, 전시의 대중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국제 학술대회서 기술력 인정…"고미술과 AI의 성공적 융합"
이번 전시에 적용된 생성형 AI 기술은 학계에서도 독창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높게 평가받았다.
이에 임성훈 교수 연구팀의 논문과 기술은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분야의 최고 권위 학회인CVPR(Computer Vision and Pattern Recognition) 2025 와 인공지능 분야의 저명 학술대회인 AAAI(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Artificial Intelligence) 2026 에 연속으로 채택 및 발표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동양 고전 미술을 소재로 삼은 AI 기술 연구가 국제 수준의 학술대회에서 다루어진 사례는 드물다. 대부분의 스타일 전이 연구는 서양 회화나 사진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조선시대 고전 미술이라는 문화유산을 현대 AI 기술로 어떻게 활용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사례가 되었다.
학계 전문가들은 연구팀의 모델이 한국화 특유의 세밀한 선조(線條) 표현과 서양화의 다채로운 질감적 특성을 분리·학습하여 변환 과정에서의 데이터 손실을 최소화하고 시각적 왜곡을 극복한 점에 주목했다.
"기술이 미술의 경계를 허물다"…다양한 해석과 과제
이번 프로젝트는 전통 미술과 첨단 기술의 융합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가능성을 제시했으나, 동시에 여러 차원의 질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먼저, 문화유산 보존과 현대 기술의 만남이라는 관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신윤복의 <미인도>와 같은 조선시대 국보급 명작을 AI 기술을 통해 새롭게 재해석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소개함으로써, 고전 미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MZ 세대를 포함한 젊은 관람객들이 AI 체험을 통해 전통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문화유산의 대중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한 미술 교육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이 다양한 화풍을 AI 기술을 통해 직관적으로 비교 분석함으로써, 미술사 교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신윤복의 필법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서양의 인상주의, 표현주의와 어떻게 다른지를 실제 이미지로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한편, 미술 원본성(authenticity)과 창작권에 관한 질문도 제기된다. AI가 특정 미술가의 화풍을 학습하고 이를 새로운 작품에 적용할 때, 그 결과물이 어디까지를 '창작'으로 보고 어디까지를 '모방'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신윤복의 필법으로 변환된 모네의 작품이 과연 새로운 창작물인지, 아니면 두 거장의 화풍을 이용한 기술적 응용에 불과한지에 대해서는 미술계와 기술계 간에 여전히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또한 AI 모델 학습에 사용된 원본 작품의 저작권, 특히 조선시대 고전 미술을 현대 기술로 활용할 때의 문화적 정당성 문제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다만 이번 DGIST-대구간송미술관 프로젝트의 경우, 국내 문화유산을 국내 기술로 재해석하고 국제 학술 무대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문화를 함께 소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선례로 평가된다.
"미술관도, 박물관도 변한다"…향후 전망
대구간송미술관을 비롯한 국내 미술관들이 체험과 창작의 공간으로 진화하며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시 방식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보급 문화유산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AI 기술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다층적인 감상과 이해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 일반화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고전 미술 자산이 풍부한 만큼, 이번 프로젝트의 기술 방식을 다른 문화유산에 적용하는 사례들이 속속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DGIST와 대구간송미술관의 이번 협력이 개별 전시 사례를 넘어, 한국 미술관·박물관과 기술 연구기관 간의 새로운 협력 모델이 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와 기술의 만남을 통해 문화유산의 현대적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제 학술 무대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도 열리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문화유산과 첨단 기술의 만남이 기대된다. 그 과정에서 문화의 원본성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활용성을 높이는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는, 문화 기관과 기술 연구자들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공동취재: 이수아, 이현지, 이동건 대학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