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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 전통과 AI의 충돌, 창작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AI가 재해석한 신윤복 〈미인도〉, 전통과 미래가 만난 자리 이현지 대학생 기자 2026-06-09 14:00:02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가 생성형 AI를 통해 서양 거장들의 화풍으로 재해석되어 대구 간송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한국미래일보=이현지 대학생 기자]이미지 출처: 한국미래일보 이현지

대구 간송미술관 전시실 안. 익숙한 듯 낯선 그림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다. 그런데 이 미인도는 조선의 묵담한 먹선 대신 굵고 거친 붓질로 바뀌어 있다. 배경의 하늘에는 반 고흐의 소용돌이가 그려져 있고, 인물의 볼에는 르누아르 특유의 홍조가 어려 있다. 조선의 여인이 서양 미술가들의 화풍을 만나 2026년 재탄생했다.


이번 전시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임성훈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이 핵심이다. AI는 렘브란트, 모네, 반 고흐 등 서양 화가들의 화풍을 학습해 〈미인도〉를 재해석했고, 옆 관람실에서는 신윤복 화풍으로 변환된 서양 명화들이 AI로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영상을 함께 선보인다.


이 전시는 DGIST와 대구 간송미술관이 지난 1월 체결한 업무협약(MOU) 이후 선보이는 첫 번째 협업이다. 대구시의 '글로벌 AX(AI 전환) 선도도시' 비전에 발맞춰 기획되었으며, 간송미술관은 7월부터 〈미인도〉만을 위한 단독 전시관을 상설 운영할 계획이다.


찬성과 반대 – 두 개의 목소리

예술에 AI가 접목되는 순간, 사람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예술의 주체가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예술로 봐야 한다는 입장과, 사람이 아닌 주체가 제작한 예술은 모방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전인건 대구 간송미술관장은 이번 “신윤복〈미인도〉X DGIST AI” 프로젝트를 두고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AI 기술로 다시 해석한 흥미로운 시도"라며, "전통과 미래가 만나 새로운 창의(創意)를 선보이는 협업"이라 평했다. 전통을 AI 기술로 재해석함으로써 미래와 과거가 만나는 접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미술계에서는 AI 예술을 두고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AI는 이미 그려져 있는 그림을 학습해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점에서 저작권이 모호하고, 창작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윤복〈미인도〉X DGIST AI” 프로젝트에서는 국가 지정 보물인 〈미인도〉가 AI 기술의 홍보를 위한 소재로 소비된다거나, 원작이 담고 있는 조선 후기의 미의식과 고유의 필법이 AI로 인해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대립은 예술사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예술은 항상 모방과 재해석의 반복이었다. 피카소는 아프리카 조각에서, 마네는 일본 목판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AI가 작품을 학습해 표현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차이는 ‘의도’와 ‘주체’이다. 인간 작가는 다른 그림과 작가에 영향을 받지만 결국 자신의 언어로 표현한다. 반면 AI는 다른 그림을 학습해 재조합한다. 이 두 행위가 같은 '창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다.


AI를 이용한 작품이 창작이라면, 그 결과물은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신윤복〈미인도〉X DGIST AI” 전시에서 〈미인도〉를 AI 모델 학습에 활용해 작품을 만들어 냈다면 그 결과물은 누구의 것이 되어야 하는가? 현행 법체계에서 AI가 만들어 낸 작품은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렵다. 법적으로 ‘창작자’는 인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저작권법 제2조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 저작자를 '저작물을 창작한 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자연인이 아닌 AI는 저작자가 될 수 없으며, AI가 단독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근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준이 마련되기도 하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25년 '생성형 AI 활용 저작물의 저작권 등록 안내서'를 제작하였다. 이에 따르면 AI가 단순히 생성한 산출물은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인간이 AI를 도구로 활용하며 '창작적 기여'를 한 부분이 있는 경우 'AI 활용 저작물'로 등록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DGIST와 대구 간송미술관, 즉 공공기관의 협업이다. 상업적 AI 기업들의 학습 방식, 이용 목적과는 분명히 구분되며, 연구 목적의 활용에 대한 방식도 다르다. 그러나 '기술 홍보'와 '문화 향유' 사이 어딘가에 놓인 이 전시의 성격은 아직 모호하다.


조선 후기 제작된 〈미인도〉가 2026년 현대 기술의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났다. AI가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이제는 더 이상 AI를 예술로 인정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예술에서 AI의 사용에 대해 어떤 규칙을 적용할 것인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공동 취재: 이수아, 이현지, 이동건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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