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최영주 대학생 기자] 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순경 공채 최종 합격자 2941명 중 여성은 1112명, 남성은 1829명이다. 기존 공채는 남녀 정원을 따로 두고 여성 비율을 20% 안팎으로 제한해왔다. 이 상한선이 올해 처음 폐지됐다.
제미나이 제작
체력검사 통과율을 보면 남성은 88.6%, 여성은 42.5%였다. 올해 도입된 체력평가는 4.2㎏ 조끼를 착용하고 5개 코스를 4분 40초 안에 완주해야 통과하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남녀에게 동일한 기준이 적용됐다.
체력검사 통과율에서 차이가 있었음에도 최종 합격자 비율이 두 배로 늘어난 이유는 응시 경쟁률에 있다. 최근 순경 공채 경쟁률은 2024년 남성 10.4대 1, 여성 27대 1, 2025년 남성 9대 1, 여성 20.1대 1로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필기시험 합격자 중 여성 비중이 컸던 점이 체력검사 통과율 차이를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평등권 침해 지적서 출발…7년 만에 결실 본 ‘통합선발’
이번 변화는 갑작스럽게 나온 게 아니다. 성별 분리모집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가 분리모집 폐지를 권고했다. 이후 2020년 경찰청 성평등위원회도 통합선발 전면 시행을 권고했다. 2021년 국가경찰위원회가 단계적 도입을 의결하면서 본격적인 제도 전환이 예고됐고 올해 그 결과물이 처음 나온 것이다.
“치안 공백 우려” vs “검증된 체력”…엇갈리는 경찰 내부 시선
문제는 합격자가 늘어난 만큼 현장의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형사과나 지역 경찰 경력이 긴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큰 업무에 여경이 배치될 경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주취자 대응이나 강력범 검거처럼 몸을 부딫혀야 하는 상황에서 인력 운용이 어려워질 거란 우려다. 경찰 내부 직장협의회도 통합선발을 시행하면서 현장 의견 수렴이나 조직 운영 대책이 부족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수사 부서에서 오래 일한 여성 경찰관들은 통합선발을 통과한 이들이 이미 검증된 체력 기준을 충족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까다로운 절대평가를 뚫고 들어온 인원을 두고 여성이라서 우려한다면 그건 능력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편견에 가깝다는 논리다. 실제로 남성 경찰관만 출동했다가 피해자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문제가 된 사례처럼 성별이 오히려 현장 대응의 약점이 됐던 경우도 있다는 반례도 나온다.
인력 배치 효율화와 장비 보완…성별 논쟁 넘어 실질적 대안 찾아야
이 지점에서 짚어볼 부분이 바로 '여경 무용론'이다. 여성 경찰관 수가 늘어날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담론은 따지고 보면 검증된 근거보다 인상에 기댄 측면이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신체적 제약이 실제로 현장 대응에 문제를 일으켰다는 게 구체적으로 확인된다면 그때 가서 업무 재배치 같은 현실적 대책을 논의하면 될 일이지 정확한 진단 없이 곧바로 여성 채용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본질적인 질문은 다른 데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시험 성적과 체력 기록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선발 방식 자체가 적절한지, 그리고 경찰이 현장에서 물리력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해외처럼 테이저건 같은 장비 활용을 적극적으로 허용했다면 애초에 '여성이라 힘이 부족하다'는 논쟁 구도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을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갈등 조정이나 성범죄 수사처럼 여성 경찰관이 강점을 보이는 영역도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성별로 역량을 가르기보다 현장 상황에 맞게 인력을 배치하는 방향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결국 이번 통합선발의 결과는 '여성이 늘어서 좋다 혹은 나쁘다'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정리될 문제가 아니다. 성별 정원 제한이라는 인위적인 장벽이 사라진 상황에서 필기시험 경쟁률과 강화된 체력 검증 지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객관적인 결과치로 보아야 한다. 남은 과제는 그 변화에 맞춰 조직과 현장 운영 방식을 어떻게 다듬어 가느냐에 있다. 경찰청도 향후 합격자 성비 추이와 현장 대응 결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이번 채용 결과는 향후 경찰 인사 제도와 조직 운영 방식을 고도화하는 중요한 논의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