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최다정 대학생 기자]
바야흐로 '지갑 없는 시대'다. 삼성페이와 애플페이 등 모바일 간편결제가 완벽히 자리를 잡으면서 실물 카드는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권에서는 전혀 다른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카드사들이 선보인 캐릭터 콜라보레이션 실물 카드가 발급 폭주를 기록하며 젊은 층 사이에서 일종의 '굿즈(Goods)'처럼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결제 도구로서의 생명이 다해 가자, 오히려 소장 가치를 극대화한 라이프스타일 굿즈로 부활한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2030세대의 독특한 가치관에서 기인한다. 실물 결제는 모바일 페이로 간편하게 처리하더라도, 시각적 만족을 주는 실물 플레이트를 소장하고 이를 SNS에 인증하는 ‘소장용 금융 문화’가 자리 잡았다. 발급받은 한정판 카드를 방 책상 위에 전시하거나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꺼내어 보여주는 등 일종의 '놀이 문화'이자 SNS 인증 부속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펼치는 ‘캐릭터 동맹’의 파급력은 실제 시장 지표로 고스란히 증명되고 있다. 단순히 “디자인이 예쁘다”는 평을 넘어, 특정 캐릭터 카드가 출시될 때마다 금융 앱 서버가 마비되거나 자재 부족으로 배송이 일주일 이상 지연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끄는 곳은 대형 카드사들이다. 이들은 2030 세대의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캐릭터 및 일러스트레이터와 손을 잡고 플레이트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이나 장난감처럼 디자인하고 있다.
신한카드 플리 체크 카드(산리오캐릭터즈), 출처: 신한카드
신한카드는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쿠로미 등 전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한 산리오와의 협업을 하여 대성공을 거둔 바 있다. 출시 초기 신청 건수가 폭주하며 평소 대비 수배에 달하는 발급 신청이 몰렸고, 일부 인기 캐릭터 플레이트는 제작 일정이 지연될 정도로 품귀 현상을 빚었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까지 전부 출시돼,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열풍을 주도했다.
KB국민카드 'My WE:SH 카드 토심이' 디자인, 출처: KB국민카드
KB국민카드가 카카오톡 인기 토끼 캐릭터인 ‘토심이’와 콜라보한 ‘마이 위시 카드 토심이’ 디자인은 출시 불과 한 달만에 발급 2만 5,000좌를 가볍게 돌파했다. 이후 약 석 달만에 5만 좌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웠는데, 이 중 2030세대의 발급 비중이 무려 805에 달해 캐릭터가 가진 파워를 고스란히 입증했다.
우리카드 '카드의 정석 에브리원 망그러진곰', 출처: 우리카드
우리카드가 출시한 ‘카드의 정석 에브리원 망그러진곰’ 디자인은 우리카드 고객의 선호도 조사와 투표를 거쳐 엄선됐다. 약 3만 명이 참여했고 관련 SNS 게시글의 ‘좋아요’ 수가 2만 5,000개를 달성하는 등 금융 상품을 하나의 아이돌 굿즈처럼 소비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유명 캐릭터나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카드는 막대한 라이선스 비용과 특수 플레이트 제작비로 인해 카드사 입장에서 초기 마진이 거의 남지 않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이 ‘굿즈 카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락인(Lock-in) 효과’와 ‘미래 잠재 고객 선점’ 때문이다.
한 번 발급받은 ‘애착 카드’는 스마트폰 페이앱에 최우선 결제 카드로 등록(대표 카드 설정)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실물은 책상 위에 모셔두더라도, 모바일 결제망에서는 가장 자주 쓰이는 무기가 되는 셈이다. 또한 주거래 은행이나 카드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20대 청년층을 귀여운 디자인으로 먼저 유인함으로써, 향후 이들이 직장인이 된 후 신용카드 발급 및 대출 등 거대 금융 상품으로 유입되도록 만드는 장기적인 락인 효과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모바일 페이의 확산이 실물 카드의 영토를 줄였을지는 몰라도, 그 가치까지 퇴색시키지는 못했다. 오히려 기능이라는 껍질을 벗어던진 플라스틱 플레이트는, 현대 소비자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작고 강력한 문화적 도구로 부활하며 금융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