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를 둘러싼 수사와 재판이 지난 정권 핵심부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에서 시작된 사법 절차는 탄핵과 파면을 거쳐 내란 재판, 권력형 비리 의혹, 핵심 참모들의 형사책임 판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쟁점은 윤 전 대통령 개인의 책임을 넘어, 당시 국무위원과 권력기관 수뇌부가 위헌적 권한 행사에 어디까지 가담했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출발점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심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국회는 곧바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정국은 탄핵 국면으로 급변했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 4일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계엄 선포 요건,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 포고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등이 헌법 질서를 훼손했다는 판단이었다.
형사재판의 중심에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있다. 2026년 2월 19일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군경 동원, 국회 기능 마비 시도 등이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은 2026년 4월 27일 항소심 절차에 들어갔다. 윤 전 대통령의 최종 형사책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1심 무기징역 선고만으로도 지난 정권 사법 국면의 무게는 커졌다.
핵심 참모들에 대한 판단도 이어졌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위법한 비상계엄을 막지 못하고 사후 선포문 작성·폐기, 헌재 증언 과정에서의 위증 혐의까지 인정된 것이다. 항소심은 2026년 5월 7일 징역 15년으로 감형했지만, 내란 가담의 유죄 판단은 유지했다. 이는 비상계엄 관련 국무위원 가운데 항소심 판단이 나온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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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사건도 중요하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뒤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소집하고,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 지시 등 후속 조치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6년 6월 22일 1심 재판부는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의 실체적·절차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고, 국회 권능을 강압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장관이 법치주의의 방파제가 아니라 위헌적 권한 행사의 실행축으로 작동했다는 판단인 셈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군·경 수뇌부도 내란 사건의 핵심 축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계엄 건의와 군 동원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도 계엄 당시 국회와 선관위, 정치권 인사 대응 과정에서 어떤 지시를 받고 어떤 조치를 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항소심과 맞물려 함께 심리되고 있다. 결국 재판은 “명령을 내린 사람”과 “명령을 실행한 사람”의 책임 경계를 따지는 단계로 들어섰다.
김건희 씨 관련 사건은 다른 축에서 진행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매관매직 의혹, 통일교 관련 정치개입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매관매직 사건에서는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공직과 영향력이 사적 거래 대상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김 씨 사건은 비상계엄 자체와는 별도이지만, 지난 정권의 권력 사유화 논란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중심축이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다른 국무위원과 대통령실·권력기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비상계엄 국무회의가 정상적으로 심의됐는지, 각 부처가 어떤 후속 조치를 준비했는지, 계엄 이후 문서 작성과 폐기 과정이 있었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일부 사건은 이미 기소와 재판 단계로 넘어갔고, 일부는 보완수사가 진행 중이다.
시간 순으로 보면 흐름은 분명하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선포, 2025년 4월 헌재 파면, 2026년 1월 한덕수 1심 징역 23년, 2026년 2월 윤석열 1심 무기징역, 2026년 5월 한덕수 항소심 징역 15년, 2026년 6월 박성재 1심 징역 25년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김건희 씨 관련 재판 결과와 남은 수사가 병행되며, 지난 정권의 사법 책임은 개인 비리와 헌정 질서 파괴 의혹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 사건이 됐다.
이번 사법 국면의 핵심은 정치 보복 논쟁이 아니라 법치의 기준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국무총리와 장관은 위법한 명령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권력자의 가족과 측근은 공적 권한으로부터 어디까지 분리돼야 하는가. 재판은 이 질문에 하나씩 답을 내놓고 있다. 최종 확정판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파면으로 시작된 책임의 시간표는 이제 핵심 인물들의 판결문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