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흐름을 이어가면서 주식시장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을 타고 급등하며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일부에서는 “두 종목만 오른 장세”라며 코스피 상승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심지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코스피는 4000도 안 되고 2000대에 가깝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과연 사실일까.
먼저 반도체 쏠림이 심하다는 지적은 사실에 가깝다. 2026년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HBM,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를 바탕으로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다. 두 종목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한때 50%를 넘어선 것으로 보도됐다. 코스피가 시가총액 가중지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대형주의 주가가 오를 때 지수 전체가 크게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구조다.
그러나 “두 종목을 빼면 코스피가 2000대”라는 주장은 과장에 가깝다. 코스피는 상장 종목들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지수다. 특정 대형주를 단순히 빼고 남은 숫자를 “진짜 코스피”라고 부르는 것은 공식 지수 산출 방식이 아니다. 두 종목의 비중이 50% 안팎이라면 단순 차감 방식으로도 절반 수준이 남는다. 코스피가 8000대라면 두 종목을 제외한 단순 환산값은 대략 4000대 전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2000대라는 주장은 현재 확인되는 시총 비중과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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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투자자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국내 주식투자자는 이미 1400만 명을 넘어섰고, 개인투자자는 전체 소유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이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주주가 약 461만 명으로 가장 많지만, 카카오, 네이버, 두산에너빌리티, 2차전지, 바이오, 로봇, 코스닥 성장주 등에 투자한 개인도 많다. 특히 개인투자자는 평균 6종목 안팎을 보유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지수가 올라도 자신이 가진 몇몇 종목이 부진하면 상승장을 체감하기 어렵다.
결국 문제는 코스피 상승이 “가짜”인지가 아니라 상승의 폭이 얼마나 넓은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른 것은 기업 실적 기대와 글로벌 AI 투자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이를 두고 무조건 거품이나 조작처럼 몰아가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반대로 지수가 올랐으니 모든 투자자가 수익을 봤다고 말하는 것도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다. 지수는 올랐지만, 중소형주와 코스닥, 플랫폼주, 2차전지 일부 종목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는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대형주 쏠림은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미국 S&P500 역시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의 영향력이 크다. 상위 10개 기업이 지수의 30~40% 안팎을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대만은 더 극단적이다. TSMC 한 종목이 대만 대표지수에서 4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만 증시가 오르면 TSMC가, 미국 증시가 오르면 빅테크가, 한국 증시가 오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구조가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반도체 쏠림을 정부 비판의 근거로 삼으려면 구분이 필요하다. “코스피 상승이 일부 대형주에 집중돼 국민 다수가 체감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가능하다. 실제로 개인투자자의 보유 종목은 다양하고, 지수 상승과 개인 계좌 수익률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코스피가 2000대”라거나 “지수 상승은 가짜”라는 식의 주장은 시장 구조를 오해한 표현이다.
정확한 진단은 이렇다. 한국 증시는 강하게 올랐지만, 상승의 중심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지수와 체감 사이의 괴리가 생겼다. 정책의 과제는 지수 상승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온기가 중소형주, 코스닥, 내수·성장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만드는 일이다. 코스피 질주는 사실이다. 동시에 모두가 체감하는 상승장은 아직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장된 비난이 아니라, 상승장의 폭을 넓히는 시장 체질 개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