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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선진시장 지수 불발…18년째 같은 문턱에 걸린 한국 증시 FTSE는 17년 전 통과, MSCI만 번번이 좌절되는 이유는 최영주 대학생 기자 2026-06-29 17:00:02
한국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 미흡을 이유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에 또다시 실패했다. 외환시장 개방과 공매도 시스템 개선 등 정부의 적극적인 자본시장 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체감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다음 기회는 내년 이후로 미뤄지게 되었다.

[한국미래일보=최영주 대학생 기자] 한국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DM) 지수 편입에 또 실패했다. MSCI는 23일(현지시간) 공개한 '2026년 연례 시장 분류 리뷰'에서 한국을 선진시장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올리지 않았다. 한국은 1992년 신흥시장(EM) 지수에 편입됐고 2008년 선진시장 지수 관찰대상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그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상황이 꼬였다. 위기가 유럽으로 옮겨붙어 가까스로 진화될 무렵인 2014년, 한국은 관찰대상 명단에서마저 제외됐다. 이후 12년 넘게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셈이다.

출처 : Magnific


왜 또 떨어졌나, FTSE와 갈린 지점

먼저 짚어야 할 건, 한국이 모든 글로벌 지수에서 같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 MSCI와 함께 양대 글로벌 지수로 꼽히는 영국 FTSE 선진 지수에는 2009년 9월 이미 편입을 완료했다. 당시 FTSE 그룹 회장은 직접 서울을 찾아 한국 증시를 선진신흥국지수에서 선진국지수로 승격한다고 발표했고, 한국은 시가총액 기준 선진지수 11위 규모로 자리매김했다.


FTSE가 한국을 통과시킨 배경은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 개선이었다. 한국은 FTSE 편입을 위해 2004년부터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뒤 3년 연속 편입에 실패하다가 금융위원회와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가 외국인 투자·매매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결국 문턱을 넘었다. 거래소 측은 당시 FTSE 편입이 다른 글로벌 지수 평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MSCI만큼은 그 기대를 채워주지 않고 있다.


MSCI가 이번에 제시한 미흡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외환시장이다. MSCI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환전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원화는 역외에서 실물 인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원화는 역외 시장에서 실물 인도가 아닌 차액만 달러로 정산하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위주로 거래되고 있다. 외환위기 트라우마로 시장을 굳게 닫아왔던 한국이 최근에야 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MSCI는 거래 시간만 늘었을 뿐 실제 거래되는 '두터운 시장'은 아직 아니라고 본 것으로 전해진다.


두 번째는 공매도다. MSCI는 작년 3월 이후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것과 관련해 시장 참가자들이 새롭게 도입된 시장감시규정 체계하에서 상당한 운영상 부담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잔고는 전산 관리되나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는 여전히 수기로 이뤄지고 있어 무차입공매도를 실효적으로 잡아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 번째는 지수 데이터 사용권을 둘러싼 입장 차다. MSCI는 코스피200 등 한국 대표 지수의 역외 파생상품 거래 허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국내 지수 주권 및 데이터 통제권과 직결된 사안이라 금융당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당국은 해외 파생시장의 투기적 거래가 국내 현물 증시를 흔드는 '왝더독' 우려와  국내 시장이 비어버리는 공동화 우려를 함께 들고 있다.


편입되면 뭐가 좋길래, 무엇을 인정받는다는 의미인가

이 정도 진통을 겪으면서도 정부가 편입에 매달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MSCI 선진시장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의 제도·접근성·자본 자유화 수준이 선진국과 동등하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단순히 명예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자금 흐름과 직결된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MSCI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사이에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불리는 가치 격차가 존재한다. 2020년 한국거래소 발표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선진시장이 신흥시장의 1.6배 수준으로 같은 장부가치라도 선진시장에 속하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또한 신흥시장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때 선진시장보다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입되며 변동성이 커지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는데 선진시장 승격은 이런 자금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MSCI 선진시장 승격 시 한국 증시에 159억~547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앞서 FTSE 편입 당시에도 편입 전후 반년 동안 약 15조원의 해외 순매수 자금이 유입되고 코스피 일간 변동성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MSCI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 규모가 FTSE보다 훨씬 큰 만큼 편입 시 효과도 그에 비례해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의 노력과 좌절의 역사

정부는 2021년부터 편입 재도전을 공식화하며 제도 개선에 나섰다. 올해는 특히 의지가 강했다. 정부는 올해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원년'으로 못 박고 지난 1월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을 내놓았으며 5월까지 39개 세부 과제 중 25개를 이행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외환시장 거래 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했고 해외 금융기관의 역내 직접 참여를 허용했다. 실무 차원에서도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해 거래 규모를 늘리는 게 더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있었고 한국의 경제 체력도 이를 감당할 수준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MSCI의 평가는 냉정했다. 한국 시장당국이 오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들을 인정한다면서도 투자자들은 근본적인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제도를 고쳤다는 정부와 현장에서 체감이 안 된다는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의 간극이 이번에도 메워지지 않은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도 5월 보고서에서 올해 6월 리뷰까지 제도가 완전히 정착하기에는 시간적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19일 공개된 연례 시장 접근성 리뷰에서 한국의 마이너스 항목이 전년도 6개에서 5개로 단 1개 줄어드는 데 그치면서 불발은 사실상 예고된 결과였다. 현재 MSCI 선진국에 속한 국가들의 마이너스 항목이 0~1개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5개는 여전히 먼 거리였다.


다음 계획과 시장의 대응

한국에게 남은 도전 기회는 빠듯하다. 한국은 내년 6월 삼수에 도전해야 하며 관찰대상에 1년 이상 오른 뒤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시장 접근성에 대한 심층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관찰대상 등재 이후에도 글로벌 자금이 이동할 시간을 주기 위해 최소 2년이 더 소요되는 만큼 내년 등재되더라도 지수 편입 발표는 2028년 6월, 실제 편입은 2029년 5월말이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일정에 쫓기기보다 제도 개선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는 우리 스스로의 필요와 일정에 따라 개혁을 꾸준히 추진하면 MSCI 선진지수 편입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와의 정례 소통채널을 신속히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달 6일부터 원달러 외환거래를 24시간 무중단 거래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 계좌를 두고 직접 원화를 운용할 수 있도록 역외 원화 결제망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증권가의 시선은 이미 다음 변수로 옮겨가 있다. 이번 불발 소식이 전해진 날 코스피가 급락했지만 증권가는 이 급락의 본질이 MSCI보다는 반도체 대형주 쏠림 조정에 있다고 봤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역외 외환시장 활성화 과정에서 한국 증시의 구조적 재평가 흐름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연구원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한 구체적 변화는 내년 6월쯤으로, 그때까지는 반도체 업황과 밸류업 정책 실행 속도가 시장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불발이 더 뼈아픈 건 정치적 무게 때문이기도 하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자본시장 혁신 과제 중 하나였던 만큼 대통령 임기 내 편입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다음 도전인 2027년 6월 리뷰까지 외환시장 자유화와 공매도 시스템 개선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수준까지 갈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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