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공급 부족과 규제 중심 정책을 지목했다. 서울시는 7월 15일 공개한 영상에서 정부 출범 이후 서울의 매매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함께 상승했다며, 대출과 세금 규제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와 규제 완화를 통한 신속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정부의 대응 방향은 수요 억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과열에 대응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추가 지정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과 대출 규제를 확대했다. 정부는 규제지역 지정과 함께 2026년부터 2027년까지 해당 지역에 6만6000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 투기 수요와 과도한 차입을 막으면서 중장기 공급도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두 입장은 언뜻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시는 공급 부족을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공급 확대만으로 당장의 가격 급등을 막기 어려우므로 금융과 거래 규제를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공급 대 규제’의 대립으로 설명하지만, 실제 주택시장은 어느 한 정책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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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은 계획을 발표한 직후 시장에 나타나지 않는다. 정비구역 지정과 인허가, 이주, 철거, 착공을 거쳐 입주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지금 공급을 확대해도 당장 시장에 입주 가능한 주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공급 계획이 부족하거나 사업이 지연된다는 신호가 이어지면 향후 물량 부족에 대한 불안이 현재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장기적인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공급 일정과 실제 착공 실적이 필요하다.
수요 규제도 일정한 역할을 한다.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대출을 활용한 추격 매수와 단기 투자가 가격 상승을 증폭시킬 수 있다.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는 과도한 차입을 줄이고 거래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특히 가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는 주택시장 안정뿐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대출 관리가 필요하다.
문제는 규제가 실수요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때 발생한다. 자산은 부족하지만 안정적인 소득이 있는 청년과 무주택 가구는 대출 없이 서울 주택을 구하기 어렵다. 대출 한도를 일률적으로 낮추면 현금 자산이 많은 사람은 거래를 계속할 수 있지만,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실수요자는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 거래량이 감소하더라도 일부 고가 거래가 가격을 끌어올리면 규제 효과에 대한 시민의 체감도 낮아진다.
공급 확대 역시 만능 해법은 아니다.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면 장기적인 주택 물량은 늘어날 수 있지만, 사업 기대감으로 해당 지역의 기존 주택가격이 먼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고가 분양과 추가 분담금이 반복되면 새로 공급되는 주택이 중산층과 청년층의 주거 안정에 직접 기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공급량뿐 아니라 공급되는 주택의 가격, 위치, 유형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이다.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정치적 공방에 머물면 시장의 불확실성만 커질 수 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구체적인 권한과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는 세제·금융·공공주택 정책을 운용한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정책을 무력화하면 공급 일정과 시장 관리가 모두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오 시장도 서울시의 부동산 데이터를 정부에 제출하며 부동산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필요한 것은 공급과 규제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투기적 수요와 과도한 부채를 관리하면서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성을 보호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정비사업과 공공주택을 통해 실제 입주 물량을 지속해서 늘려야 한다. 발표된 공급 목표가 인허가와 착공, 입주로 이어지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 집값 문제를 ‘규제 정부’와 ‘공급 시장’의 대결로 단순화하면 어느 정책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규제는 공급이 현실화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지만 공급을 대신할 수 없으며, 공급 확대는 장기적인 불안을 줄일 수 있지만 당장의 투기 수요를 통제하지 못한다. 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두 정책을 동시에 정교하게 운용하는 능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