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대한민국의 여름이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섰다. 지난 2일 경남 양산의 기온이 42.5도까지 치솟으며 1904년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국내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양산에서는 닷새 연속 40도를 넘는 기온이 관측됐고,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도 강력한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록적인 폭염을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며 기존 대응체계의 재검토를 주문했다.
폭염을 단순히 여름철 불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피해가 이미 사람의 생명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기준 폭염 관련 사망자는 19명까지 늘었으며 이 가운데 13명이 80세 이상이었다. 고령층뿐 아니라 야외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와 농민, 냉방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주거환경에 놓인 사람들은 같은 기온에서도 훨씬 큰 위험에 노출된다.
기후변화가 폭염의 양상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5년간 국내 연평균 폭염일수는 19일로, 1970년대 약 8일의 두 배를 넘어섰다. 과거에는 며칠을 견디면 지나가는 이상고온으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장기간 지속되는 폭염을 전제로 사회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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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폭염이 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 전력망의 부담이 커지고, 가뭄과 고온이 동시에 발생하면 농작물과 가축 피해도 증가한다. 정부가 폭염 대응 과정에서 전력체계 점검까지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온이 몇 도 상승하는 것이 의료·전력·농업·노동을 동시에 압박하는 복합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폭염 속 노동을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노동자에게 ""더우면 쉬라""는 권고만으로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일정 수준 이상의 체감온도에서는 작업시간을 조정하고 충분한 휴식과 냉방공간을 제공하는 등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농촌의 경우 고령자가 혼자 작업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대응도 보다 세밀해져야 한다.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사용을 줄이는 가구가 있을 수 있고, 독거노인은 위험을 느끼더라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 냉방시설의 설치 여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 가능성과 돌봄 체계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이다.
도시 구조 역시 폭염 대응의 중요한 영역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밀집된 도시는 낮 동안 흡수한 열을 밤까지 방출해 열대야를 심화시킨다. 녹지와 그늘을 확대하고 건축물의 단열·냉방 효율을 높이는 정책은 장기적인 폭염 대책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이 온실가스 감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발생하고 있는 변화에 도시와 사회를 적응시키는 문제이기도 하다.
42.5도라는 숫자는 하나의 기록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극한기후가 반복된다면 기존 최고기온을 기준으로 만든 대응체계도 계속 수정해야 한다. 폭염을 여름마다 찾아오는 날씨가 아니라 태풍과 집중호우처럼 생명과 산업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다음 폭염이 올 것인가가 아니라 더 강한 폭염이 왔을 때 사회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