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일보=임유성 대학생 기자]
사진출처: 쇼박스
지난 6일 누적 관객 천만을 돌파한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은 영화관을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역사를 다루는 관객의 행동이 적절한가를 두고는 상반된 여론이 나온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왕과 사는 남자> 열풍은 영화와 관련된 유적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단종의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를 찾는 관광객 수가 5배 이상 증가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관객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카카오맵, 네이버 지도 등 세조와 한명회의 묘 정보를 제공하는 지도 사이트에 별점 1점과 함께 “조카를 죽인 인간보다 못한 자”, “지옥에 가서 천벌을 받으라”며 비난의 댓글을 남겼다. 반면 단종의 묘인 장릉에는 별점 5점과 함께 “단종 안아”, “하늘에서는 행복하게 살길”과 같은 추모성 댓글을 남겼다.
세조·한명회의 묘에 장소와 관련 없는 악성 댓글이 반복적으로 등록되자 카카오맵 측에서는 일시적으로 리뷰와 별점을 제공하지 않는 ‘세이프 모드’를 가동하기도 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카카오맵 대신 네이버 지도로 몰렸다. 이 현상은 네이버 지도에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지도 리뷰 페이지에 달린 댓글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이를 SNS 시대가 낳은 ‘새로운 사극 소비 방식’으로 평가한다. 단순한 비난·추모가 아니라 영화를 통해 형성된 대중의 역사적 공감대를 디지털 공간에서 공유하는 이색적인 관람 문화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일종의 ‘밈’이나 집단적 기억 형성의 과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박진우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는 온라인에서 말하는 밈화와 참여 의례에 가깝다”며 “참여자 입장에서는 공격이라기보다 정의로운 평가, 혹은 기억의 실천으로 인식되기 쉽다”고 말했다.
반면 너무 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역사적 사건을 단순한 선악 구도로 소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영화 속 단종의 눈물에 지나치게 몰입해 단종을 ‘피해자’로 단정하거나, 세조나 한명회를 ‘절대악’으로 규정하며 단죄하고자 하는 것은 사건의 구조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익주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사극은 사극이고 역사는 역사라는 원칙에서 벗어난 현상”이라며 “균형을 상실한 역사 인식”이라고 평했다. 나아가 한국 사극 전반적으로 선과 악의 대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며, “역사를 이분법적으로 도식화하려 하지 말고 다양한 사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왕릉관리소 측은 새로운 홍보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부정적인 별점 평가에 난감해하는 마음을 전했다. 한 관계자는 “영화를 통해 촉발된 관심이 오프라인으로 확대돼 방문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역사적 인물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유적지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 밝혔다.
이번 현상은 사극 콘텐츠가 집단적인 역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사 인식을 단순화할 수 있는 위험도 함께 드러낸 사례이다. 대중문화가 만들어낸 감정과 역사적 해석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 앞으로 한국 사극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