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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선망의 대상을 끌어내려 봐야, 쓰레기가 되는 건 우리 쪽이다." 이 말은 비단 인간관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정치에도 정확히 들어맞는다. 상대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정치 행위는 단기적 분노를 자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스스로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최근 한국 정치에서 이런 ‘끌어내리기 정치’는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다. 야당의 이재명 전 대표는 결코 모두가 선망하는 인물은 아니다. 다양한 의혹과 논란에 휩싸였고, 여전히 그에 대한 평가는 첨예하게 엇갈린다. 그러나 그를 비판하는 방식이 “정당한 비판”이 아닌 “정치적 끌어내리기”의 프레임에 갇힌다면, 오히려 비판하는 쪽이 자기 존재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꼴이 된다.


국민의힘은 박근혜 탄핵의 상처를 딛고 재집권에 성공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보여준 정치 행보는 여전히 ‘중도 확장’이 아닌 ‘적대 동원’에 가까웠다. “이재명 때리기”는 유권자의 정서를 잠시 끌어오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진영의 열혈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키는 데 한정된 전략일 뿐이다. 그 바깥에 있는 중도층, 특히 정치적 무관심층에게는 혐오와 환멸만을 남길 뿐이다.



과거 탄핵이라는 국가적 사건 이후 보수는 반성해야 했다. 무엇이 국민을 거리로 이끌었는지, 왜 보수 정치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는지를 돌아봤어야 했다. 그러나 그 반성의 과정은 충분하지 않았고, 정치적 복권 이후에도 여전히 진영논리와 대결의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이 ‘낡은 전략’이 지금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라는 것이다.


중도층은 생각보다 이념적이지 않다. 그들은 효율성과 안정, 그리고 상식적인 정치 운영을 원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더 깨끗한가”보다는 “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있다. 그런데 여전히 ‘비리’, ‘구속’, ‘탄핵’ 등의 단어가 정치 수사의 중심에 자리할 때, 중도층은 말없이 등을 돌린다. 그 결과는 낮은 투표율, 정치혐오, 그리고 ‘양비론’으로 나타난다.


국민의힘이 진정한 변화와 재도약을 원한다면, 더 이상 이재명이라는 이름에 매달려선 안 된다. 비판은 정책과 성과를 중심으로 해야 하고, 비교는 미래의 비전으로 이어져야 한다. 반대를 통해 존재감을 증명하려는 정치는 결국 그 존재의 얄팍함만을 드러낸다. 싸움의 정치를 끝내고, 설득의 정치를 시작해야 할 때다.


“끌어내리기”는 쉽다. 그러나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정치는 원래 어려운 길을 걷는 자들이 하는 것이다.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선망받는 정치 그 자체를 목표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쓰레기가 되는 건 우리 쪽’이라는 그 말이, 우리 정치의 자화상이 되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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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4-18 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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