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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래일보=이재원 기자] 지난 제3차 대선 TV토론은 단순한 정책 토론의 장을 넘어, 정치인의 언어가 어떻게 프레임화되고 반격의 소재로 전환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논란의 중심에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발언이 있었다. 그는 토론 중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에게 “민노당 기준으로 어떤 사람이 여성에 대해 얘기할 때 ‘여성의 신체부위에 젓가락을 OO OO’ 이랬다면 이건 여성 혐오에 해당하나”라고 질문했다. 이 발언은 곧바로 정치권과 사회 각계에서 '노골적인 여성 혐오'로 비판받았고, 결과적으로 이 후보 자신이 그 혐오의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다.


이준석 후보는 해당 발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아들이 과거 온라인상에 달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원색적인 댓글을 인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TV토론이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여성의 신체에 대한 폭력적 표현을 여과 없이 언급한 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여성계는 “공적 토론에서 여성 신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비하한 것은 명백한 여성 혐오”라며 즉각 반발했고,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사진=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이준석 후보는 이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터넷에서 본 문장을 소개했을 뿐”이라며, 발언의 의도는 이재명 후보 아들의 부적절한 온라인 활동을 지적하는 데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언은 여성 혐오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졌고, 이는 그의 정치적 입지에 큰 타격을 주었다.


과거에도 이준석 전 대표는 “젓가락을 뺏긴 세대”라는 비유로 청년 남성의 박탈감을 언급하며 ‘여성 혐오 조장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에도 발언의 맥락은 구조적 역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였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 토론 발언은 발언자의 의도 자체가 ‘여성 혐오 표현을 활용해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것’이었으며, 그 방식 역시 노골적이고 자극적이었다. ‘정치적 프레임’이라는 기술적 도구로 혐오 표현을 사용한 셈이고, 결과적으로 그 프레임이 자신에게 되돌아온 것이다.


이번 사건은 ‘프레임 전쟁’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인의 말 한 마디가 진실의 검증을 거치기도 전에 혐오나 왜곡의 레이블로 포장되거나, 반대로 누군가를 낙인찍기 위해 그런 언어가 전략적으로 동원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도구가 혐오일 때, 그것은 언제나 반격의 가능성을 동반한다. 여성 신체를 비유로 소비하고, 그것을 정치적 무기로 삼은 이준석 후보의 전략은 오히려 그를 혐오 프레임의 중심에 몰아넣었고, 진정한 문제 제기나 검증이 아닌, 발언 자체의 비윤리성에 여론의 초점이 맞춰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치는 표현의 자유와 검증의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요구받는다. 문제 제기 자체는 정당할 수 있지만, 그것을 수행하는 방식이 공공의 윤리와 상충될 경우, 그 정치적 효과는 역풍으로 돌아온다.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이재명 후보 아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려는 전략이었지만, 혐오와 성적 대상화를 도구로 삼은 순간, 그 전략은 정당성을 잃고 말았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 의도 아래 사용된 혐오 표현'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대하며, 정치인의 언어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무엇보다 정치적 공세를 위해 성별과 신체를 도구화하는 전략은 결국 정치의 품격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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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6-03 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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